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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팔짱'에 오락가락 판결..."신의칙 기준 명확히 해야"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미뤄지면서 하급심에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신의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건별로는 물론 같은 사건에서도 1·2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하급심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이 조속히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2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신의칙 적용 범위에 대해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법원이 원칙은 정했지만 적용 범위를 두고 ‘경영상 어려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신의칙 적용을 묻는 시영운수 사건 등이 2015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지만 2년 가까이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단이 유보되면서 하급심에서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항소심 사건의 경우 원심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신의칙 주장이 2심에서 받아들여졌다. 1심과 달리 광주고법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신의칙을 적용했다.



아시아나항공·한국GM·현대중공업·현대로템·현대미포조선 등도 신의칙 적용에 따라 1·2심 판결이 엇갈렸다. 현대차는 1·2심 모두 신의칙을 적용받지 못했지만 신의칙 적용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전국 각급 법원의 판결에서 일관성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기아차 역시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신의칙 적용 잣대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의칙 적용 범위를 두고 혼란이 가중됨에 따라 대법원이 조속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 규정이나 판례상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추가적인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기업별 현안이 달라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판례를 쌓다 보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법조계의 시각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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