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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 수능개편' 백지화, 그나마 다행이다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이 전면 백지화됐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수능 개편에 대한 교육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내년 8월까지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새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교육 당국이 문제가 있는 제도를 강행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수습된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어서 중2학생과 학부모로서는 고교 진학과 수능 개편의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적용돼 현재 중3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면 개편 교과서로 공부하고 수능은 현행대로 치르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수업 따로 수능 따로인 초유의 사태다.

수능 개편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하면 변별력이 상실된 수능은 무력화하고 반면 4개 과목만 전환하면 상대평가인 수학과 국어에 대한 사교육 의존도를 되레 부채질하는 꼴이다. 1안과 2안 모두 선택지가 못 되는 것이다. 수시 전형의 난맥을 그대로 둔 채 수능 중심의 정시만 반쪽 개편하다 보니 문제가 더 꼬여버렸다. 단 3주 만에 입시제도를 바꾼다는 결정부터가 졸속이다. 수능 개편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혼선은 전적으로 교육 당국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김 부총리는 사과는커녕 “이전 정부의 불통이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교육과정이 바뀌었으니 수능 역시 개편될 필요성이 있기는 했다. 그렇다면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과목을 조정한 뒤 수능 평가방식 등 정시의 골격은 수시전형과 함께 추후 신중하게 손질했어야 옳았다. 대선 공약인 절대평가에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낭패를 본 것이다. 설익은 공약을 교육현장에 실험하는 것이 교육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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