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기록 인증서 분실, 덕종 어보 재제작 은폐 등 사건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문화재청의 새 수장을 맡은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31일 “일하는 자세부터 일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신임 청장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유산은 한 번 손상되면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더 철저하게 관리하며 국가와 지역 자산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의 차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최근 제기된 가야 문화권에 대한 무분별한 조사에 대해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사업에 대해서는 우선 협의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지자체가 가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해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문헌을 조사하고 단계적으로 가치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해 “이미 행정심판위에서 판단한 만큼 양쪽 의견에 대해 심도 있는 행정처분을 같이 해야 한다”며 “처음 검토한 부분, 행정심판에서 제시된 부분 모두 문화재·법률·경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는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김 청장은 보존 방법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서는 “울산시민의 물 문제와 문화재가 가지는 환경보존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며 “관련 부서, 지자체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청장은 이어 ‘달빛기행 등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과잉인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언론에서 관심이 있어 보도가 자주 돼 그렇지 실제로 1년에 그런 프로그램의 운영 횟수는 많지 않다”며 “문화재 활용을 읍면동까지 확대해 지역 문화유산이 지역 주민이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가져오는 자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임명된 김 청장은 전북 김제시청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문화재청 차장을 거쳐 청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고졸신화’라는 세간의 평에 대해 김 청장은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주변에서 많이 관심 갖고 배려해준 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청에서 일할 때 고창 고인돌과 남한산성의 일화를 거론하며 “처음 할 때는 하찮은 것으로 보이고 힘들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잘 관리하다 보니 세계유산 등재라는 성과로 나타나 보람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