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침수된 화학공장의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홍수로 인한 2차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록적 폭우로 약 40명이 사망하고 1,600억달러(약 179조5,800억원)가량의 경제적 피해를 당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화학물질 경계령까지 떨어지면서 현지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2시(현지시간)께 텍사스주 휴스턴 북동쪽 40㎞ 지점에 위치한 프랑스 ‘아케마’사의 크로스비 화학공장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플라스틱과 페인트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유기괴산화물 2톤가량이 터지면서 지역 보안관실 요원 15명이 호흡곤란을 겪었다.
폭발 원인은 침수에 따른 냉방장치 고장이었다. 1주일 동안 쏟아진 폭우로 공장에 1.8m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메인 전원장치와 보조 발전기 2대까지 꺼져버린 것이다. 이 공장에는 유기과산화물이 든 18륜 컨테이너 9개가 있으며 컨테이너 하나당 무게는 16톤이 넘는다. 사고 직후 회사 측은 “유기과산화물이 든 컨테이너 9대 중 1대에 불이 붙었으며 나머지 8대도 불에 타 폭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사고 직후 “폭발한 공장에서 유독성 물질이 방출된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화학물질에 노출될까 여전히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공장에는 가스테러에 자주 쓰이는 수십톤의 이산화황이 저장돼 있던 것으로 드러나 공포심을 한층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4년 공장 측이 환경보호청에(EPA)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크로스비 공장에 6만6,260파운드(30톤)의 이산화황이 보관돼 있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 공장의 이산화황이 방출되면 최악의 경우 23마일(37㎞) 내 100만명의 거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사 측은 이산화황 탱크도 손상됐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해리스 카운티 소방당국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대피령을 내렸고 사고지역 반경 2.4㎞ 이내에 사는 주민 5,000여명이 피신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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