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던 ‘ICBM의 핵 탑재’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우리의 대북전략은 기로에 서게 됐다. 북한 핵 개발이 완성된 상태에서 핵 동결을 대가로 제재를 푸는 이란식 해법은 한반도에서 적용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우리 정부는 사정이 급박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미온적이다. 대북 군사전략 면에서 우리 정부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 확대나 미군 스텔스기의 한반도 순환배치 등에 그치고 있다. 이 정도를 가지고 핵과 ICBM 기술을 완성한 단계인 북한에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북 간 핵 불균형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대북 억지전략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사실상 끝낸 만큼 이제는 우리의 대북전략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정부는 더는 머뭇거리지 말고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원유수출 중단 등 고강도 카드를 가지고 북한을 압박해나가야 한다. 평화는 우리가 구걸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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