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짜여진 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 대비 7.1% 늘어난 429조원으로 확정됐다.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와 교육예산이 늘었지만 그동안 지역 발전의 중요 축으로 간주되 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나 대폭 삭감되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산·경남과 충남, 충북은 환영하는 반면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울산 등은 불만이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먼저 부산시는 내년 국비예산이 3조842억원으로 올해보다 438억원 줄었지만 굵직한 지역 사업이 반영되면서 만족하는 분위기다. 일단 김해신공항 건설의 마중물 역할을 할 기본설계비가 반영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예산도 반영되면서 해운산업 재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경남도는 사상 최대액인 4조5,980억원이 반영되면서 각종 현안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개설비 반영으로 오는 2022년 말까지 개통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양산시의 숙원 사업인 양산도시철도도 11월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옛 마산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마산로봇랜드사업을 비롯해 기계항공 육성, 나노금형산업화 지원센터 설치 등도 신규로 반영되면서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
충남도는 5조6,394억원으로 올해 최종 확보한 5조3,108억원에 비해 3,286억원 늘어났다. 도는 내포신도시 활성화와 가뭄 예방, 미래 먹거리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충북도도 사상 최대인 5조446억원의 예산이 반영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부고속도로 확장 등 핵심 현안사업 예산들이 빠져 있어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전체 예산액이 증가했음에도 SOC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광주와 전남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는 반응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대비 0.8% 늘어난 1조7,803억원, 전남도는 1.6% 는 5조5,033억원이 각각 반영됐다. 하지만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과 광주순환고속도로(2구간) 사업비가 올해보다 1,825억원이 삭감됐으며, 전남은 호남고속철 2단계 건설사업과 목포~보성 남해안 철도 사업비 등 전체 SOC 건의액 1조8,800억원 중 9,500억원만 반영되는데 그쳤다.
대구·경북의 경우 특히 SOC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현안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구는 6개 SOC 사업에 국비 1,823억원을 신청했지만 25% 정도만 반영됐다. 실제로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은 220억원을 신청했으나 10억원, 도시철도 1호선 하양연장은 439억원을 신청했지만 148억원만 각각 배정됐다. 대구시가 내년에 역점 추진할 계획이었던 경북도청 이전터 개발사업은 1,000억원을 신청했으나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경북 역시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에 1,400억원을 건의했지만 393억원만 반영되는 등 광역 SOC 인프라 구축을 위한 12개 사업 모두 삭감됐다.
전체 예산이 크게 준 울산도 빨간불이 켜졌다. 울산 관련 내년 예산은 1조9,01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1.8%나 줄었다. 주요 SOC 사업이 평균 40% 가량 삭감된 가운데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요청한 스마트 선박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과 조선 기자재업체 업종 전환 한시지원 사업 등 2,300억원 상당의 신규사업 120여건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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