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백두산 화산 분출 가능성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은 이날 오후 12시 29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는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기상청은 이날 감지된 인공지진의 규모에 따른 에너지 위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지난해 1월 6일)보다 11.8배, 5차 핵실험(지난해 9월 9일)보다 5∼6배 강력하다고 추정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백두산 부근에 지진계가 없다”면서 “이번 인공지진의 백두산 영향 유무는 당장 말할 수 없지만, 학계에서는 대규모 폭발이 있으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북 길주군 풍계리는 백두산과는 불과 115∼130㎞ 떨어져 있다. 백두산은 2000년대 들어 화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분출 가능성을 놓고 학계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화산학자 케일라 라코비노 박사는 백두산 화산 연구가 초기 단계여서 단언할 수 없지만, 화산 분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설득력이 있는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연구소인 랜드연구소의 수석 방위연구원 브루스 베넷은 지난 5월 CNN에 출연해 “북한이 대규모 핵실험을 하면 중국·북한 사람 수천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분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화산 활동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려면 핵실험 위력이 50∼100kt(킬로톤) 이상은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핵실험 폭발 위력은 50kt가량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LANL) 출신의 핵실험·지리공간학 전문가 프랭크 파비안은 최근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화산 공포 벗어나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분출 가능성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수십 년에 걸쳐 폭발력이 매우 큰 핵실험이 900여 차례 이뤄졌으나, 이로 인해 화산이 분출했다는 징후가 없었다는 것이다.
네바다 핵실험장은 과거 화산 활동이 있었던 지역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핵실험을 한 곳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풍계리와 지질·구조적으로, 지리공간학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글로벌 화산 프로그램에 따르면 백두산은 1903년 가장 마지막으로 분출했으며, 서기 946년에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사서에는 고려시대인 946년과 947년 각각 백두산이 대규모 분화했으며, ‘하얀 재가 마치 눈처럼 내렸다’ ‘하늘에서 소리가 났는데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다’고 기록돼있다.
한편 백두산이 폭발하면 반경 수십km 이내 지역은 초토화되고 천지에 담긴 약 20억t에 달하는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 압록강·두만강 등에 홍수가 날 확률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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