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총파업 출정식이 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대다수의 노조 측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KBS 노조 대표자들이 KBS 연구동에서 총파업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MBC본부는 이날 0시부터 본격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와 MBC 공영 방송사 노동조합 조합원 3800여 명은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의 퇴진과 공영 방송 개혁을 요구, 2012년 이후 5년 만에 동시 총파업에 들어간 것.
KBS, MBC노조는 지난 정권에서 행한 언론장악의 잔재인 지금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렸다고 호소하며 주요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KBS 본관 앞에는 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을 저지하기 위한 차량 장벽이 줄을 섰다. 그럼에도 노조는 흔들림 없이 계단 앞에 대형을 갖추고 앉아 햇빛 가리개를 쓰고 ‘다시, KBS’라는 슬로건을 든 채 강력한 입장을 피력해 나갔다.
KBS 노조는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라고 외치며 신현희와김루트의 ‘오빠야’, ‘같이 같이’ 공연으로 분위기를 끌어 모은 후 총파업 현장을 시작했다. 공연 후 신현희와김루트는 “역사의 현장에 와 있는 것 같다. 다 같이 잘 살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광용 아나운서는 “이번 총파업, 이길 수 있다. 이겨야하는 싸움이다”라며 ‘방송 독립 쟁취 투쟁, 결사 투쟁’을 슬로건으로 외치며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라고 함께 입을 모았다. 여기에 노조는 일동 묵념을 한 후 경건하게 출정식을 진행했다.
노조는 “이미 앞서 MBC 본부가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미 아나운서, PD, 기자단을 중심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오늘부터 전국언론노조는 총력 투쟁을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그밖에 언론노조위원장, 윤창현 SBS 본부 위원장, 박진수 YTN 지부장, OBS 팀장, EBS 지부장, 연합뉴스 지부장, 뉴시스 지부장, 서울신문 지부장, 한국일보 지부장, 한겨레 지부장, 동아일보 신문인쇄 지부장 등 각종 언론이 참석해 이날 총파업 출정식에 힘을 보탰다.
김환균 노조위원장은 “언론을 본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싸움을 하겠다. 이 싸움은 KBS에 고대영, MBC 김장겸 체재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원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방송 뿐만 아니라 신문, 통신은 물론이고 언론개혁, 민주 언론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고대영 사장 참 지질하다. KBS 사장이라면 좀 더 당당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명쾌하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겁이 났느냐. 경찰을 부른 후에야 4층에서 1층까지 천천히 내려왔다. 고대영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또한 “법대로 하자. 우리 노동자들 탄압할 때 했던 그것대로 고대영에게 적용하라. 검찰이 얼마나 노동자들을 괴롭혔느냐. 방통위에게 요구한다. 공영 방송을 망친 자들,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이 첫 번째 싸움에서 고대영, 김장겸이 물러나기 전까지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 끝까지 싸우겠다.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노조 측은 “고대영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번 총파업은 제 2의 촛불이다”라고 출정식에 힘을 실었다. 곧이어 지난 정권 당시 정부의 KBS 가혹한 언론탄압부터 고대영 사장의 임명 등 사내에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고발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성재호 노조위원장은 “2천 명의 조합원이 함께 하고 있다. KBS는 우리 시청자들의 것이다. 파업을 방해하려는 지금의 고대영 사장의 꼼수, 마지막 몸부림인 것 같다”고 일침을 놓으며 “고대영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우리가 모여있다. 하지만 사장 하나만을 끌어내기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MB 정권이 시작된 이후 본부장, 계열사 사장, 사장에 이르기까지 뉴스, 방송, 조직 모두를 망쳤다. KBS를 망가뜨렸다. 우리는 일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보람을 느낄 수 없다. 독선적인 경영 정책으로 KBS의 경쟁력을 망가뜨렸다. 우리의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갔다. 우리가 살기 위한 싸움을 할 것이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절실한 싸움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에게 희망과 미래를 빼앗은 고대영은 뉴스와 방송을 망침으로써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빼앗았다. 이번 싸움은 역사적인 싸움이 될 것이다. 지난 국정농단 이후 국민은 촛불로 반대를 했다. 우리 노조는 그 역사적인 싸움에 나선 것이다”며 “기자, PD 직종의 문제가 아니다.노조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다. 9월 1일 방송의날 기념식 현장에서 확인했 듯, 고대영 사장은 이제 끝났다. 앞으로 단 1분 1초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결연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윤창현 SBS 본부 위원장은 “이번 싸움은 그저 연대하는 것이 아니다. SBS 노동조합은 이명박, 박근헤 정부가 자행한 일들을, 내일(5일) 중요한 물증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방송계를 더럽힌 9년간의 세월을 이번 기회로 완전히 끝장내자”고 외쳤다.
박진수 YTN 지부장은 “여러분, 거의 끝나지 않았습니까. 2008, 2009년 힘들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이겼다. 고대영 꼭 몰아낼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는 얼마 안 남았다. 처절하게 외치겠다”며 “공정방송 하자는데 고대영이 뭐야 XX”이라며 파업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KBS 양대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가운데 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MBC와 공동 파업출정식을, KBS노동조합은 7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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