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4일 또 다시 불발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에 반대한 데 이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마저 표결 연기를 요청했다.
국회는 여야 4당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야당이 강력 반대해온 이유정 헌법재판관 전 후보자가 지난 1일 전격 사퇴한 것을 계기로 여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 처리를 추진하고, 이에 야당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 문제로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바른정당까지 직권상정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두 보수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등을 거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 및 표결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정세균 의장을 찾아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항의방문 직후 “언론장악 폭거로 제1 야당이 국회에 참석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기국회 첫날 인사문제를 강행 처리하는 것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도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및 표결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헌법재판소장이라는 최후의 헌법 해석 기관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야당 반대에도 직권상정해 표결하면 국회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 의장을 찾아 김 후보자 표결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반대하지만 제1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가 처리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며칠만 일단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표결은 불발됐다.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에 이어 국민의당(40석)까지 표결에 응하지 않으면서 민주당(120석)만으로는 표결에 필요한 재석 과반(150석) 의석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처리 불발로 최장기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다음 주 김 후보자 인준안에 대한 표결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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