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난의 화살을 한국 정부로 겨냥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정책(appeasement)’이라고 규정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분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이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타임스(WP)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반응이 중국을 향한 반응보다 훨씬 공격적이라는 게 이상하다”라는 전문가의 반응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국이 F-15K 전투기 등을 동원해 풍계리 정밀 타격 훈련을 벌이는 등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를 ‘유화정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화정책은 상대국의 공세에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책으로 외교가에서는 실패한 대외정책을 극도로 경멸할 때 사용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지층들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출 행동과 강력한 발언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과 중국을 섣불리 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외교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랜드는 힘의 과시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직접 공격을 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리에 맞는 목표물”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공약이었던 한미 FTA 재협상과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한국이 협조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안보 문제로 분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 문제에는 날을 세우더라도 안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공조를 해온 전임 정권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 래트너 전 국가안보부보좌관은 NYT에 “대북 대응을 위해 중국만큼이나 한국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그냥 되는 대로 말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