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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한 마리에 2달러?





2달러. 크고 실하면 6달러. 남북전쟁 직후 미국 텍사스에서 소 한 마리의 가격이다. 아무리 미국이고 19세기 중후반이라고 해도 너무 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공짜였으니까.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 텍사스주를 떠돌던 야생 소떼 무리는 350만 마리에 달했다. ‘야생’이라면 아메리카 원산 버팔로가 떠오르겠지만 아니다. 스페인 원산 롱혼(longhorn·뿔이 긴 소) 종의 수가 그만큼 많았다. 스페인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목장의 소들이 멕시코 독립전쟁(1810~1821년)의 와중에 방치돼 야생화하며 크게 불어났다.

개체 수가 야생의 조건에서 급증할 만큼 텍사스주를 비롯한 미국 중서부 지역은 소에게 최적의 입지였다. 목초지가 널린데다 연중 기온이 고르고 눈 덮인 겨울 땅에도 자리는 야생 풀이 많았다. 임자 없는 소가 지천에 깔렸다는 소식은 금새 퍼져 텍사스에는 카우보이들이 몰려들었다. 올가미 밧줄을 던져 소를 붙잡아 낙인을 찍고 소유를 주장하면 돈을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를 잡아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지에 팔면 마리 당 60달러는 챙겼다. 당연했다. 소비 도시들은 미국 중서부에 수천㎞ 떨어져 있었으니.

문제는 이동 중의 사고. 보통은 두 달이 걸리는 이동 과정에서 소가 지쳐 병들거나 죽어 나갔다. 원거리를 이동한 소들은 삐쩍 말랐다. 조지프 매코이(Joseph McCoy·당시 30세)는 바로 여기에 착안했다. 전국으로 뻗어 나가던 철도를 이용해 소를 운송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다.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애빌린의 철도역 인근 부지 480에이커(약 58만평)를 2,400달러에 사들여 호텔과 축사를 짓고 은행을 세웠다. 광고비 5,000달러를 들여 지역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도 실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1867년 9월 5일, 그는 애빌린역에서 20량의 화물차에 소 떼를 실어 시카고 도살장으로 날랐다. 이동에 소요된 시간은 단 3일. 사람과 소 떼가 두 달 동안 고생하던 소 떼의 이동이 단축되자 소비지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가격도 소폭 떨어졌다. 매코이 혼자 1881년까지 북부와 동부로 보낸 소의 개체 수가 약 200만 마리. 매코이의 성공은 전쟁으로 붕괴됐던 남부와 북부의 유통망을 복원시켰다. 축산 비즈니스를 통해 남부의 불만도 다소나마 누그러졌다. 매코이는 도시로 성장한 에빌린의 시장에 선출되며 사업을 접었어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1878년에는 냉동 열차와 냉동선이 발명돼 육류의 물류비용이 더욱 싸지고 미국은 물론 유럽의 소비까지 크게 늘어났다. 생산(포획) 현지에서 도살해 부위별로 가공한 뒤 냉동 열차에 실어 소비지로 보내는 방식은 물류 비용은 물론 소비자가격을 떨어트렸다. 가격이 내리니 소비도 늘었다. 축산업자들은 공급을 늘리려 농장을 잇따라 세웠다. 미국 중서부 평원을 곧 거대한 축산단지로 바꿔놓았다. 미국 원주민들이 근거지를 빼앗긴 채 오지로 쫓겨나거나 학살 당하고 들소(버팔로)가 거의 멸종된 것도 바로 이때다. 길에 떨어진 지갑을 줍는 데서 시작해 아이디어와 물류 혁신·학살극을 통해 뿌리를 다진 미국의 축산업은 오늘날 세계를 지배한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있을까. 환경 파괴 논란 속에 미국의 기업농만 돈을 버는 구조다. 지구촌의 빈부 격차도 날로 벌어져 가고 아직도 세계의 20%는 기아선상에 걸려 있다. 기름진 미국 중서부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는 사람이 아닌 가축이 먹는다. 사람이 소고기 50kg을 먹기 위해서는 소에게 790㎏의 각종 곡물을 먹여야 한다. 미국 축산업은 전성기를 달리고 있지만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에서 본다면 ‘임자 없는 소 떼’라는 행운은 재앙의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른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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