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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심야의 파르티잔

배옥주 作





옆자리에 앉은 전사가

내 어깨에 피곤한 잠을 기대온다

차창에 비치는 얼굴의 흉터

생의 전장에서 돌아오는 신발에서

페인트 냄새가 기어 나온다

저 불타오르는 화구!

오그라든 콧잔등을 움찔거리며

기울어진 당신은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가끔씩 구겨진 몸을 떠는



무명의 파르티잔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패잔병처럼

불온한 세상에서 돌아오고 있다

막차가 참호를 빠져 나가는 한동안

화마에 고인 불빛이 일렁이고

터널 끝에서 얼룩진 눈발이 들이친다

페인트 냄새뿐이랴. 땀 냄새, 발 냄새, 술 냄새…. 하루의 전장을 거치는 동안 포연처럼 스며든 냄새들 모락모락 피어올랐으리라. 낯모르는 파르티잔이 헝클어진 머리를 툭 기대올 때 당신은 왜 야멸차게 어깨를 빼지 못했는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러 휘어진 척추를 곧추세울 것을 단호하게 요구하지 못했는가. 낮 동안 부릅떴던 눈빛과, 움켜쥔 주먹과, 이 악문 볼따구니에서 모든 결기가 사라지고 뜨거운 인절미처럼 완벽히 무장해제 되었을 때 누가 그의 짧은 안식을 깨울 수 있겠는가. 막차는 저마다 하루 치 삶의 전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혼곤한 평화로 흔들린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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