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5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가 아닌 ‘개정’을 위한 협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부터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2차 협상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FTA) 합의에 대해 일부 수정하고자 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 존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 시각에서 볼 때 협정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성공적인 토론을 하는 게 나의 희망”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일방적인 협정 폐기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는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 검토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대해 “그렇다”고 확인했다. 그는 한미 FTA 폐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온 일”이라며 폐기 여부를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내부에서 FTA 폐기를 위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됐으며 이르면 이번주에 공식적인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틀 뒤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미 정치권에서 북한의 핵실험 후 한미동맹의 결속을 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백악관 고위참모들이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해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인 케빈 브래디 하원의원(공화ㆍ텍사스)을 비롯한 의회 중진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최근 북한 핵실험은 미국과 한국 간 강력한 동맹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며 “협정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미제조업자협회 등 미 상공단체와 기업들도 한미 FTA 폐기 결정이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회원들에게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의회 의원들을 접촉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번 발언에 대해 “세부 사항은 알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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