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니까 제가 참아야죠.”
한 전자회사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김대범(38)씨는 막무가내 고객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이 지나 부품 교체 비용을 청구했는데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 고객부터 눈앞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는 고객들까지 행패를 부리는 행태도 다양하다. 김씨는 “인간적인 모멸감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회사를 다니기 위해서는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손님을 왕처럼 모셔야 한다’는 논리가 절대적인 가치처럼 여겨지면서 과잉 친절이 강요되고 그러한 과잉 친절이 고객의 갑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승무원과 미용사 등 직접 고객과 얼굴을 맞대는 서비스업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번은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해 승무원이 상황 설명을 했는데도 ‘왜 무릎을 꿇지 않느냐’는 등 난동을 부렸던 적이 있다”며 “일부 고객은 갑질을 권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미용사는 “예약 시간 두세 시간이 지나 찾아와서는 ‘왜 안 해주느냐’며 행패를 부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과잉 친절 강요는 직장인들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직장인 1,346명과 알바생 1,066명 등 총 2,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 이상(알바생 97.1%·직장인 98%)이 ‘때때로 혹은 자주 본인 기분과 상관없이 친절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과잉 친절을 행할 때 알바생의 68.7%, 직장인의 73.6%가 ‘분노를 느꼈지만 이를 숨겼다’고 답했다. 즐거운 감정을 숨기는 경우는 알바생 2.4%, 직장인 1.3%로 극히 낮았다.
한 콜센터 직원은 “고객센터로 전화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가 있는 경우라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을 때가 많다”며 “그러다 보면 인격 모욕이나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아 화가 치밀 때가 많지만 그래도 고객인데 하며 참고 넘긴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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