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대북 제재 강화로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현 상황은 어떤 제재도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노동자들의 송금 차단 등 대북 결의의 핵심내용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동참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미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판단과 북한 경제가 치명상을 입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이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해야 한다. 11일로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러시아가 반드시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순방 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모든 외교역량을 집중해 강력한 응징만이 북한 핵을 포기시키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끌 유일한 방법임을 러시아에 각인시켜야 한다. 한국이 극동 개발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과 한러 관계 격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러시아를 설득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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