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기술유용 사건 전담 조직 설치가 추진된다. 또한 신고나 제보에 의존해 기술 탈취 조사를 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매년 집중 감시 업종을 선정해 선제적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8일 당정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책을 내놨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탈취 문제가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기술개발 유인을 크게 저해한다는 판단에서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날 논의된 기술 탈취 방지 대책의 골자는 ▲신고처리에서 선제적 직권조사로 전환 ▲손해배상 강화 ▲기술유용 조사시효 연장 ▲경영정보 요구 금지 등이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는 법 집행 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같이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 협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문인력을 보강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자문위도 설치할 것”이라면서 “매년 집중감시업종을 선정해 직권조사 대상을 선별하고 혐의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술 유용의 주체로 지목되는 대기업도 적극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기계·자동차, 2019년에는 전기전자·화학, 2020년에는 소프트웨어 관련 업종을 집중감시업종으로 선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해 배상액을 ‘3배 이내’에서 ‘3배’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원가 내역 등을 담은 수급사업자의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장치도 마련한다. 대기업이 수급 사업자의 경영정보를 근거로 최소한의 영업이익만 보장함으로써 최소 단가만을 보장하는 행태를 막기 위함이다. 이에 경영정보 요구를 하도급법 상 ‘부당한 경영간섭’의 유형으로 명시하여 금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탈취 행위 조사 시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납품 후 수년에 걸친 사후 관리 과정에서의 기술 유용이나 뒤늦게 드러난 기술 유용까지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나온 대책들은 하도급법 개정이나 공정거래법 기술유용 심사지침 개정 등을 통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번 당정 협의는 공정위 차원에서 만난 것이고 향후에는 중소기업벤처부와 특허청 같은 부처들과도 같이 얘기해봐야 한다”면서 “조만간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추가적으로 당정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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