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하며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잇달아 폭로해 온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50) 정취안홀딩스 회장이 최근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궈 회장은 중국 지도부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로, 미국이 그의 망명을 허용할 경우 미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WSJ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지난 6일 트위터에서 사용해 온 ‘마일스 궉’이라는 이름으로 미 당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거주지 뉴욕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고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를 해치려 한다”며 “망명이 받아들여진다면 중국 당국도 더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말 중국을 떠나 2015년부터 관광 비자로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수 주 내로 해당 비자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은 지난 4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중국 당국의 요청으로 그를 적색수배 명단에 올린 이후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비판에 특히 집중해 왔다. 시 주석의 오른팔로 반부패 사정을 주도한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미국 내 호화 부동산을 폭로하고 모호한 지분관계로 의문이 일었던 하이난항공의 대주주 중 한 명이 왕 서기의 사생아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하는 등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세력 다지기’에 나선 현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당 대회 개막 다음날인 다음달 19일 또 다른 고위층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현재 중국에서 그는 뇌물, 사기, 납치, 강간, 돈세탁 등 총 19건의 범죄에 연루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범죄인인도 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중국 범죄자들이 주요 도피처로 미국을 이용해 왔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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