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사진 한 장이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화질이 흐릿해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폭행 장면이 분명했다. 한 사람이 꿇어앉아 있는데 장시간에 걸친 폭행으로 인해 온몸이 피투성이었다. 이 사진으로 인해 지난 9월1일 부산 사상구의 공장 앞 골목에서 벌어졌던 10대의 폭력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려진 정황은 간단하다. 평소에 버릇이 없다고 1차로 폭행했다가 이전의 일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2차로 앙갚음의 폭행을 벌인 것이다. 이 일은 언론에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불리지만 사실 10대의 폭력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일이 보도된 즈음에 강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자 10대 학생의 폭력은 여타 사건과 달리 ‘학교폭력’으로 명명돼 근절돼야 할 중요 범죄로 취급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5년간 6만3,000여명이 학교폭력 사건으로 사법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무서운 10대’ 몇몇이 벌이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동조자가 될 수 있는 커다란 위험성을 나타내게 됐다. 부산 여중생 사건은 이전 사건에 비해 충격의 강도가 결코 적지 않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기보다 피해자의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보복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사건 이후에 피해자를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폭행 장면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고 영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0대가 연령은 청소년이지만 폭행은 성인과 다를 바 없으므로 소년법의 적용 대상을 축소하자는 논의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10대 학생의 폭력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활발히 나오고 있다. 반면 ‘학교폭력’에서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논의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이전부터 인성교육의 강화가 제기됐으므로 새로운 논의가 제기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대 폭력이 일반 사건과 다른 만큼 학교를 포함한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장자가 자신이 활약하던 시대를 진단한 내용을 살펴볼 만하다. 당시 사람들은 전쟁이 지긋지긋하다며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전쟁을 계속 벌였다. 당장 평화를 위한 걸음을 움직여야 하지만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물질적 욕망을 과도하게 추구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고 살기가 고달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를 못했다. 이에 대해 장자는 “외물을 추구하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세속을 뒤따르다 본성을 해치는 삶(상기어물·喪己於物, 실성어속자·失性於俗者)”으로 보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물구나무선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도치지민(倒置之民)’으로 불렀다. 우리는 체력 단력을 하느라 물구나무 자세를 하고는 하지만 사실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30초만 지나도 피가 거꾸로 흐르고 팔이 전신을 지탱하느라 힘이 들어 금방 발을 원래 자리로 내린다.
우리는 운동할 때 물구나무를 10분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인생에서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돌아보지 않으면 물구나무선 채로 살아간다. 나중에 평소의 삶을 후회한다면 10분의 짧은 시간이 아니라 10년·20년은 예사고 40년·50년을 물구나무선 채 살아온 것이다. 사소한 것을 중요하다 생각하고 우쭐거리는 것을 영웅적인 일로 착각하고 그만둬도 될 일을 끙끙 앓으면서 놓지 못하고 하루 지나면 풀릴 일에 자존심을 걸어서 동료를 원수처럼 취급하면서 본체만체한다. 장자는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우리에게 물구나무선 손을 내리면 그만일 터인데 왜 ‘도치지민’으로 살아가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무서운 10대’만이 아니라 10대 청소년은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 공부하라는 말만 듣지 왜 공부하는지 다른 길은 없는지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범법에 대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10대의 도치지민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10대의 폭력이 학교폭력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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