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라는 행위에는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타인에 대한 공경의 의미도 있지만 때로는 낯선 이에 대한 탐색이며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다.
전미숙무용단이 9~1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 ‘바우(Bow)’는 고개 숙임과 악수, 술잔 부딪히기와 절 등 다양한 인사를 몸의 언어로 풀어낸 문화인류학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은 중견 안무가이자 춤비평가상을 세 차례 수상한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의 신작. 전 교수는 “‘인사’라는 단순한 제스처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갖는 사회적 의미, 이 속에 숨겨진 인간관계의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괴팍하고 재미있게 끄집어 내봤다”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거나 낮추는 겸손한 자세부터 숭배에 가까운 격식 행위까지 한국 문화에 내재된 다양한 층위의 인사 제스처들을 추출해 춤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서양인 가면, 한국적 오브제인 부채와 멍석을 활용하는 한편, 때로는 과장된 몸짓, 형식적인 표정, 숭배에 가까운 태도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은 몸의 언어를 읽고 인사의 의미를 탐색한다. 조명과 그림자만을 활용한 군더더기 없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부각된다. 이 때문에 각 움직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해석하는 재미도 크다.
압권은 대한민국 대표 젊은 현대무용가로 남성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대표이자 싱가폴의 더댄스컴퍼니 해외상임안무가인 김재덕의 음악이다. 초연에 비해 공연 시간이 2배 이상 늘었지만 악기 소리, 목소리 등이 만들어낸 리듬이 무대에 활기를 불어넣고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인다.
전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어려운 주제를 다루거나 움직임이 파격적이거나 새로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무거운 안무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에서 포착한 일상의 작은 몸짓’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만들어갔다는데 안무가로서 큰 변화가 있었다”며 “단순한 움직임과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공간 구성을 통해 우리의 역사성과 민족성, 사회성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아시아와 호주권을 대표하는 말레이시아의 타리댄스페스티벌에 25분짜리로 초연된 이 작품은 국내 초연에 앞서 해외 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5년 전문음악가와 현대무용가를 키워내는 트리니티 라반 콘서바토리의 초청으로 공연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무용 마켓 독일의 ‘탄츠메쎄(International Tanzmesse NRW) 공식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뽑혔다. 내년에는 스위스 댄스 페스티벌 STEPS를 비롯해 밀라노 등 주요 지역에서 공연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전미숙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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