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겨냥한 제재의 수위를 차근차근 올리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감시망을 피해 나간다. 북한은 제재의 결과로 기존 수출지에 장벽이 생길 경우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거나 원산지를 속이는 방식 등을 사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입수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는 사례에 대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수출지 변경이다. 북한의 주요 석탄 수출국인 중국이 지난 2월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자 북한은 제3국으로 수출지를 바꿨다. 일본 언론들은 제3국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WSJ는 유엔이 지난해 말부터 제재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석탄·철·아연 등을 수출해 올해 상반기까지 약 2억7,000만 달러(약 3,05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상품의 원산지를 조작하기도 한다. 작년 7월 북한의 군사용 통신장비가 중국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로 항공 운송되던 도중 ‘제3국’에서 포착된 사례가 있었다. 이들 장비는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글로콤’이 판매한 것으로, ‘글로콤’은 중국에 공급업체를, 싱가포르에는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글로콤’이 북한 정보당국이 운영하는 ‘팬 시스템스’라는 회사의 위장회사로 확인됐다.
북한 기업들도 국적을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은행들이 중국 기업에 의해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폐쇄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이 날로 고도화하면서 외신과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결의 이후 국제사회가 느슨한 이행에서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관련 개인 및 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안보리에 알리는 등 더욱 심층적인 제재를 당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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