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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는 개척자 배우..연기에 감탄하는 건 사치”

“‘살인자의 기억법’ 김병수는 무조건 설경구씨가 해야했어요.”

“설경구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면서 전진하는 개척자 같은 배우”



원신연 감독의 눈에 비친 설경구는 ‘연기의 정석’ ‘개척자 배우’ ‘여행자’ ‘신세계를 만들어내는 배우’였다.

9월 6일 개봉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제작 (주)쇼박스, (주)W픽처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인해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배우 설경구 /사진=㈜쇼박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원신연 감독은 “다른 배우를 생각할 여지 없이 무조건 설경구였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17년 전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를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영화의 화자이기도 한 병수는 어느 날 불현듯 살인을 그만두고 동물병원 원장으로 17년동안 본능을 감춘 채 살아가지만 과거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된다. 설경구는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젊은 시절부터 17년 후 알츠하이머에 걸린 50대 후반의 모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그 어떤 이질감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극 중 병수는 기댈 구석이 전혀 없는 캐릭터거든요. 혼자 모든 걸 책임져야 하죠. 정신적으로뿐 아니라 육체적 고통까지 이겨내야 하는 캐릭터인데, 그만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배우는 단 한 사람 밖에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설경구 선배는 어디서 이 영화 소식을 접하고 이 캐릭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인지 하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더욱더 이 작품을 하는데 긍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늘 변화를 갈구하는 배우니까요.“

실제 현장에서 설경구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는 건 사치였다고 한다. 연기가 아니라 병수 자체가 현장에서 걸어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설경구가 만든 신세계가 그렇게 열렸다고 했다.

“같이 해보니 두말할 나위가 없었어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닌 제 눈 앞에 병수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 순간 자체를 잊게 만들었어요. 현장에서 설경구 연기를 보면서 ‘컷’ 하는 걸 잊을 때도 있었어요. 아직도 문득 문득 병수로 보여요.”

원 감독은 ‘연기의 신’ 설경구와 작업하면서 “책을 봐도 이해할 수 없었던 연기의 실제를 직접 목격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신연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원신연 감독/사진=조은정 기자


“경구 선배는 저한텐 연기 신이죠. 독학으로 한참 영화 공부할 때, ‘박하사탕’ ‘오아시스’등을 통해 ‘연기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신 분이니까요. 언젠가는 그 연기의 정석 교과서(?)를 쓰신 분과 대면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너무 컸어요. 이제는 연기의 교과서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나 큰 자기의 신세계를 만들고 계신 것 같아요.”

원신연 감독은 “설경구는 가슴 깊은 곳 항상 변화를 갈구하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특히 설경구 배우는 “감독이 배우를 배려하기 보다는 이기적으로 작품을 위해 밀어붙여야 한다” 며 “새로운 작품을 끌어내길 바랐다”고 한다.

“배우가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직업이라고 하잖아요. 그 이미지가 다 소진되면 배우의 흥망성쇠가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설경구 배우는 항상 변화를 갈구해요. 늘 다른 것 다른 것을 따라 자신의 길을 여행하는 여행자 느낌입니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면서 전진하는 개척자 같은 배우죠. 그렇게 말씀 하신 것처럼, 새로운 작품을 끌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배우입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를 던져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퍼즐을 맞출 수 있게 구성한 영화이다. 다시 말해 연쇄살인범의 기억에 관련된 영화이다 보니 끊임없이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를 두고 원신연 감독은 “관객들이 그런 퍼즐을 맞춰가는 걸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병수의 기억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나아가는 스릴러 영화죠. 결론을 내려주기보다는 관객들이 맞출 수 있는 퍼즐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원작이 워낙 단단해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영화를 충분히 좋아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들어와야 더욱 재미있는 영화로 다가갈 듯 해요. 원작소설을 읽은 관객이든 읽지 않은 관객이든 충분히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킬 영화라고 자부해요.”

마지막으로 원신연 감독은 “중급 예산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한국 영화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있었음 한다”고 피력했다.

“설경구씨도 기존 영화랑 달라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관객들과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하는데 이 영화가 간극 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음 해요. 한국 영화 현실을 보면 모래시계 형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고예산의 블록버스터 상업적 기획 영화가 상위에 있고, 그 밑에 독립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깔려있어요. 위와 밑만 있고, 중심인 허리가 없는거죠. 허리가 튼튼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자기 색깔도 뚜렷한 중급예산 영화가 많아질 때 균형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와 의도 역시 잘 전달 될 수 있었음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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