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차 불안한 선두였던 장수연(23·롯데)은 17번홀(파3) 티샷을 그린에 올라갔지만 10m가 넘는 내리막 퍼트를 남겨뒀다. 2퍼트로 파 세이브를 해도 만족할 법한 상황이었다. 퍼터를 떠난 볼은 홀을 향해 구르는 듯싶더니 홀 한가운데로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버디를 잡은 장수연의 바로 뒷조에서 경기한 장하나(25·비씨카드)가 16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3타 차가 되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히 장수연 쪽으로 기울었다. 올 들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애를 태우던 장수연이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오른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장수연이 1년4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침체에서 벗어났다. 장수연은 10일 경기 가평군 가평베네스트GC(파72·6,538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제39회 KL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에 이글 1개를 작렬하며 8언더파 64타로 폭발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그는 2오버파로 뒷걸음을 한 장하나(15언더파)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장수연은 지난해 2승을 거두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0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석연찮은 2벌타 판정으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사연이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2013년 KLPGA 정규투어 데뷔 후 빼어난 샷 솜씨와 경기력을 과시한 그는 4년차이던 지난해 우승(2승)과 인연을 맺었고 박성현(24)이 미국 무대로 옮긴 올해 강력한 ‘대세’ 후보들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침묵에 빠져 톱10에 두 차례 들었을 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거짓말 같은 대역전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날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는 단연 장하나였다. 이번 시즌 도중 미국 LPGA 투어 출전권을 반납하고 국내로 돌아온 장하나는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서 복귀 후 첫 우승을 예약한 듯했다. 그러나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장수연이 질주를 시작했다. 장하나에 6타나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장수연은 2, 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4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리고 2m 남짓한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2타 차로 따라붙었다. 9, 10번홀 다시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를 이룬 장수연은 파 행진에 그치던 장하나가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틈을 타 단독 선두에 올랐다. 17번홀에서 넣은 장거리 버디 퍼트가 결정타가 됐고 장하나는 16번홀에 이어 17번홀에서도 타수를 잃어 4타 차 선두에서 4타 차 2위로 마감했다.
장수연은 ‘역전의 명수’ 명성도 굳혔다. 지난해 2승을 모두 역전으로 따냈던 그는 이날엔 6타 차 열세를 뒤집어 이번 시즌 최다 타수 차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시즌 첫 승을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한 장수연은 1억6,0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을 35위에서 14위(2억7,816만원)로 끌어 올렸다.
장하나는 손목 통증에 배탈까지 겹친 탓에 2타를 잃고 두 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허윤경(27·SBI저축은행)이 3위(14언더파)에 올랐고 이정은(21·토니모리)은 4위(13언더파)를 차지해 상금랭킹과 대상포인트 1위를 굳게 지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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