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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모적 노사협상에 종지부 찍은 SK 노조의 결단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 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새로운 노사협상 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분을 임금협상에 적용해 구체적인 인상 수준을 결정짓는 방식이다. 노사는 또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고 근로자 생애주기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SK의 ‘물가-임금연동제’는 임금협상의 획기적인 기준을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소모적 노사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크게 반길 만하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는 해마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생산 차질을 빚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최저임금 기준마저 매년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돼 산업계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에 따라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불필요한 노사 교섭과 갈등을 줄이고 기업들로서는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 노조가 근로자의 역량 및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를 받아들인 것도 낡은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보상받겠다는 긍정적인 변화여서 돋보이는 대목이다.

차제에 임금의 결정 방식이나 협상 주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사 단체교섭이 매년 진행되는 바람에 기업마다 1년 내내 협상에만 매달리는 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SK처럼 임금 산출 기준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인상폭을 결정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방식은 적극 권장할 만한 모델이다. 그러자면 물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함으로써 안정적인 노사문화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 자율의 임금협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노사협상 문화에 새 지평을 연 SK의 실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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