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사진)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하나의 옵션”이라며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술핵 배치가 한반도 비핵화에 위배된다는 반대 주장을 뒤집는 발언이다. 신 교수는 오랫동안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국제법을 연구해 온 국내 대표적인 안보 전문가다.
신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협조하지 않는 탓에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며 “전술핵 배치로 상호 공포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 비핵화 대화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비핵화 합의 프로세스를 밟는다면 우리도 전술핵을 철수시켜 남북한이 한꺼번에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술핵 배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 교수는 정면 반박했다. 그는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더라도 결국 미국의 핵무기”라며 “일부 우려와 달리 핵 확산 문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술핵 배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과는 달리 중국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사실이 아니지만 중국은 사드가 중국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술핵의 목적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인 만큼 중국의 반발이 사드 도입 때처럼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특히 신 교수는 전술핵 배치의 예비단계로 ‘한국형 핵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가 말하는 한국형 핵공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와는 다른 개념이다. 나토 국가들은 이미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을 전투기에 탑재하는 훈련을 하고 작전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형 핵공유는 전술핵 없이 탑재 훈련과 공동 작전계획 개발을 시작함으로써 유사시 전술핵 사용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전술핵을 가져올 경우 여야 간 갈등은 물론 배치지역을 둘러싼 지역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한국식 핵공유는 이러한 국내 정치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고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억제 공약을 보다 확실히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식 핵공유가 이뤄진 뒤에는 전술핵 재배치를 이뤄내고 추가로 이상기류가 발생하면 독자적인 핵 개발까지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위협 수준과 동북아 정세에 따라 우리가 필요한 핵 억지력을 한미동맹과 독자적인 차원에서 계속 고민하고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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