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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칼럼] 북핵을 보는 중국의 눈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주한미군과 '등가' 의미로 파악

비핵화 견지·제재만능 '선긋기'

한중 막후 채널이라도 가동해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했다. 시간문제였을 뿐 가능성은 상존했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대응도 신속하고 메시지도 분명했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력 완성의 완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정은 남아 있다’고 밝힌 만큼 추가 도발도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을 좀처럼 끊지 못하는 사이 미국은 독자제재에 이어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고 한국에서도 무력감 속에 ‘공포의 균형’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 봉인’을 해제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임시 배치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또 하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에 국제사회의 눈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북핵을 보는 중국의 눈은 한미와 차이가 있다.

첫째, 북핵의 성격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니라 주한미군과 등가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경계를 이탈하는 김정은 정권의 고집을 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강력한 국제제재에도 북한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영향력 행사로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이를 해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며 제재만능주의에 선을 긋고 있다.

둘째, 방법론의 차이다. 중국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북핵 실험을 일시적으로 정지하자는 ‘쌍잠정(雙暫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구동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제시해왔다. 이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북한의 ‘선평화협정’과 미국의 ‘선비핵화’를 절충한 것이다. 제재 목표는 대화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2~3년 안에 북핵이 기술적으로 완성되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핵동결로 한반도 안보구조를 연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셋째, 제재수단의 효과다. 6차 핵실험 후 국제사회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일제히 요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에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한일 정상은 공동으로 중국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원유공급을 중단해도 ‘안보대안보’ 전략을 고수하는 김정은 정권의 핵 보유 의지를 꺾기 어렵다고 보고 숨통을 틔워주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낮추고자 한다. 그리고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북한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이며 중국에 북미 간 핵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넷째, 사드 배치와 북핵의 관계다.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국제제재에 참여하는 것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을 다른 사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핵과 사드 배치를 깊게 연동된 것으로 보는 반면 중국은 핵과 미사일을 구실로 역외세력이 동북아에서 군사적 배치와 존재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고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중 간에는 총론의 공감대에도 각론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동북아 핵 균형을 깨는 전술핵무기 도입을 논의하거나 한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외교적 의미로 읽히는 제3자 제재에 앞서 참여할 경우 한중 관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확증파괴를 넘어 확증보복 능력을 갖춘 북한에 대해 제재 수단으로 북핵의 목표를 바꿀 수 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에 빠질수록 정보 오인에서 오는 충돌의 위험은 커진다. 이 상황에서 남북 대화가 어렵다면 우선 한중 간 막후 채널이라도 가동하면서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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