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이만 내려놓고 엄마 태운채 출발한 버스 면밀히 조사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만 5세 아이가 먼저 내린 상태에서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출발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가 진상조사 등을 통해 법규·규정 등을 위반했는지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는 전날 오후 6시27분께 신사역에서 중랑공영차고지로 향하는 대원교통 240번 버스에서 발생한 일에 관한 민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혼잡한 건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내리고 뒤이어 아이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내리려는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 아이만 내린 채 버스는 출발했고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이를 알렸다. 하지만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어줬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11일 오후 늦게부터 SNS와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졌고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민원 글을 토대로 해당 버스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받았고 문제의 버스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CCTV 분석과 버스기사가 제출한 경위서 내용을 종합하면 이 버스는 건대역에서 출입문을 열고 16초 정차한 뒤 출발했다. 이때 어린이 3명을 포함한 승객 10여명 정도가 버스에서 내렸다.

당시 만 5세 여자아이가 다른 보호자와 함께 내리는 어린이 2명을 따라 먼저 내렸고 아이 엄마가 뒤쪽에서 따라 나왔지만 미처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버스 출입문이 닫혔다.

버스는 출발 후 10m가량 지나 4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했고 20초가량 지난 뒤 270m 떨어진 다음 정류장에 정차했다. 어머니는 다음 정류장에 내린 후 달려가 아이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기사는 어머니와 아이에게 사과하기로 했고 240번 버스를 운영하는 대원교통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시는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버스운전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를 조사했으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조사해 다른 위반사항이 밝혀지면 업체 및 버스 운전기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