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는 13일자로 게재한 ‘문재인 정부의 까다로운 미션, 주식회사 코리아를 길들여라’라는 제목의 심층분석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북핵 위기에서도 재벌 개혁의 칼자루를 뽑았다”고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소개하면서 “재벌 개혁 속에서도 경제 성장이 지속됨을 입증해야 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재벌 개혁에 대한 염원이 높아진 데는 경제 성장과 고실업 등 사회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재벌의 막강한 영향력은 과거 그대로인 반면 경제 선진화로 재벌 지원이 사회 전반에 여파를 미치는 ‘낙수효과’는 사라졌고 청년층의 실업률이 9%에 달하는 등 재벌 기업의 고용 비중이 낮아지면서 개혁 여론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FT는 “몇 달 전까지 수십만명의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낸 촛불 민심이 이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핵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몇몇 재벌의 지배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위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한 점에 주목하면서 “이달 후반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개요를 내놓기로 하는 등 기업들의 변화도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FT는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5년형을 선고 받은 사례를 들며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이 실제 집행될 경우 재벌과 정권과의 검은 고리를 끊는 상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정부의 개혁이 경제 성장을 동반하지 못할 경우 민심 이반으로 재벌 개혁도 과거 정권에서처럼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FT는 경고했다. FT는 “재벌 개혁은 지배구조나 기업 책임 문제뿐 아니라 장기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라며 “하지만 문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단기 실업률 개선은 가능해도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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