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결의안 2375호는 여러 면에서 기존 결의안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에 공급되는 석유 정제제품을 절반으로 대폭 줄이고, 주력 수출품인 섬유·의류에는 금수조치를 취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알려진 해외송출 노동자 규모도 기한만료 시점에 맞춰 점진적으로 줄어들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유류 공급분이 약 30% 줄고, 자금줄도 10억 달러가량 차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재 조항 곳곳의 빈틈 때문이다.
이번 제재결의안의 핵심 성과로 꼽히는 ‘유류 제재’의 허점은 부정확한 통계에 있다. 대북 원유 공급분은 연간 400만 배럴로 추정됐지만 실제 공급량은 확인된 바 없다. 유류 공급분이 목표치의 75%, 90%, 95% 등에 도달하면 알리도록 했지만, 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신고 내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용계약이 만료된 해외송출 노동자에 대해서도 틈을 열어 뒀다. 신규 허가는 금지했지만 ‘이미 서면으로 고용계약이 이뤄진 경우’는 허용하기로 했다. 전면 금지된 ‘대북 합작사업’도 인프라 사업의 예외를 인정했다. 중국-북한 간 인프라 사업이나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 프로젝트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 중국보다 러시아가 구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의 빈자리를 러시아 밀수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대북 연료수출 중단을 결정한 이후 북한-러시아 교역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강화된 제재결의안을 내놓으면서도 곳곳에 ‘예외’를 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재 강도를 조금 높이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국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초강경 제재를 고집했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결의가 무산된다면 오히려 외교적 지렛대를 잃어버리게 되는 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초안보다는 후퇴했으나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안에 대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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