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1,300번째 수요시위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5년 전 시작한 수요시위에 이날도 3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에는 일본인 청년 15명도 시위를 지켜봤다.
이들은 정대협이 수요시위에 앞서 전 세계 207만 명이 서명한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문서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때도 자리를 지켰다.
14일 서울시와 정대협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와 여성 인권에 관심 있는 일본인 대학생·대학원생들이 한국을 찾았다. 정대협이 주최한 ‘미래 세대가 실현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지난 10일 입국한 이들은 역사·교육·여성학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자세히 알고 싶다는 한뜻으로 모였다.
청년들은 입국 한 날 마포구에 있는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을 찾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김학순 할머니의 묘지를 참배했다. 다음 날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김복동(91) 할머니와 만났다. 김복동 할머니는 “미래 세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말과 함께 학생들을 반겼다. 일본 기성세대가 역사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들이 일본 사회에 문제를 알리길 바란다고 강조를 거듭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처음 만나본 일본인 청년들은 할머니들에게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원하시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 여러 질문을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12일엔 남산 추모공원 ‘위안부 기억의 터’를 방문했다. 시민 2만 명이 함께 모금을 통해 만든 공간이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일본 학생 대부분이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위안부 문제를 잘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 참가자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를 바로 알고 많은 일본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노자 정대협 사무처장은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기성세대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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