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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살얼음판인데 또 무더기 국감증인 부르겠다니

기업인을 대거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는 국회의 악습이 올해도 반복될 조짐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무위원회에서 요청한 기업인 증인만도 60명에 육박한다. 대기업 총수는 물론 저축은행장까지 명단에 포함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비슷한 사유로 계열사 3곳의 명단에 포함됐다. 대기업 총수는 무조건 호출하고 보자는 구태가 되풀이된 셈이다.

증인요청 사유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광고비 지출이 과다하다거나 고금리 상품을 계속 파는 걸 따지겠다고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임원급에게 물어도 될 지엽적 사안인데도 이러고 있으니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공시위반에 대해서는 사유가 되는지 국회 내부서조차 고개를 갸웃거린다고 한다.

정무위 한곳에서만 이 정도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각 상임위가 본격 가동되면 중복·과잉 증인호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국정감사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국감장에 나오는 기업인 증인이 급증세다. 17대 국회 때 연평균 52명에서 20대 국회 첫해인 지난해에는 150명을 넘었다. 국회로 불렀으면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질의는 고작 몇 분인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질의를 못 받고 돌아가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질의라고 하지만 의원들의 일방적 주장과 호통이 더 많다. 오죽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올해 국감에서는 과도한 증인채택 등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겠는가. 국회는 이번 국감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기업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경영환경을 개선해주지는 못할망정 바쁜 기업인을 국감장에 불러 호통치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감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증인채택을 최대한 자제해 기업인들이 경제 회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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