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토교통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나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며 “현대건설에서 제시한 이사비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처럼 개별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이사비 문제 때문에 법적 검토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도한 이사비는 반포주공 1단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수도권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가 제시하는 이사비는 1,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강남·부산 등 재건축 단지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시공사들이 이사비를 앞세워 경쟁에 나서면서 최근 이사비가 3,000만~5,000만원까지 뛰었다.
롯데건설은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3,000만원 무상지급 및 대여금 7,000만원의 이사비를 앞세웠다. 또 롯데건설은 오는 22일 잠실 크로바미성 재건축 시공사 입찰제안서 제출시에도 수천만원의 이사비를 포함 시키겠다는 입장을 조합 측에 전달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사비는 50만~100만원선으로 말 그대로 이사에 필요한 수준의 비용을 제공했다. 그러나 갈수록 시공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합법적 뇌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비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평면이나 마감 등에서 차별화가 힘든 상황에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현금의 유혹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사비는 결국 조합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결국 시공사들이 이사비로 제공한 돈을 마감자재 등의 비용에서 뽑아낼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에서 제안한 이사비 금액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금액이기 때문에 법률 검토가 필요해 보이며 향후 필요 시 법적으로 시공사 선정 기준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이혜진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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