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딸을 키우는 최가영(가명)씨는 하루하루가 ‘육아전쟁’의 연속이다. 잠깐 바람을 쐬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려 해도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노키즈존’ 논쟁이 불붙고 있는 지금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용무에 아이를 잠시 맡기려 해도 당장 누구에게 믿고 맡길지 고민이다. 육아전쟁에 지쳐가던 최씨는 최근 숨통이 트일 ‘육아 동반자’를 만났다. 집 근처 경로당 안에 문을 연 ‘공동육아방’에서다. 같은 또래 자녀를 키우는 이웃과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보고 육아정보도 교환하게 된 최씨는 빡빡한 일정에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최씨는 “잠시 시간을 내 어디를 가려 해도 당장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지가 걱정이었다”며 “공동육아방을 만난 덕분에 잠깐이라도 주변 이웃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 엄마들과 만나 소소한 경험을 공유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육아전쟁에 지친 부모들 사이에서 이웃과 힘든 일을 거들며 함께하는 ‘공동육아(품앗이육아)’가 확산되고 있다. 핵가족이 본격화한 지난 1990년대 부모와 이웃·지역사회가 함께 자녀를 키우자는 취지로 등장한 공동육아가 이제 ‘대안육아’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공동육아 확산에는 최근 보육환경 변화도 한몫을 한다. 외동아이가 많은 요즘 또래 아이들이 한데 모여 놀 수 있는 공동육아시설은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교류하고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보육료 절감이라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 갖가지 장난감 등이 갖춰져 있고 층간소음 등 민원이 발생할 염려도 없는 공동육아시설은 제반 비용을 줄이며 자녀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공동육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당장 현재 전국 149곳인 ‘공동육아나눔터’의 양적 증가에 신경을 쓰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는 부모들이 모여 육아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체험활동·부모교육·놀이·등하교 등 다양한 ‘보육품앗이’ 활동이 이뤄진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등하교품앗이 활동이 불가능한 만큼 다른 활동으로 상부상조할 수 있게 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리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육아나눔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H가 분양하는 행복주택, 영구 임대아파트 등에 공동육아 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 공동육아의 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지역사회가 자체적으로 공동육아 확산에 힘을 쏟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소금꽃마을마더센터’가 대표적 사례. 염리동·대흥동 지역 10가족이 모여 자신이 낸 회비와 후원 회원들의 지원으로 공동육아를 해온 이 단체는 6월 여가부 승인을 받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창업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맞벌이 가정 등 자녀 돌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만 3세 이상 아이를 위한 시간제돌봄 대학생 선생님 매칭 서비스 ‘째깍악어’ 등이 대표적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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