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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휴업철회 번복'..'강경'도 '유화'도 아닌 어설픈 합의가 사태 키웠다

한유총 휴업철회 7시간만에 번복

한유총-교육부 합의안 해석 엇갈려

학부모들 '부글부글'

‘집단휴업 앞둔 사립유치원… 어린이들은 어디로’ /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의 집단 휴업 강행에 대해 교육부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어설픈 대응이 휴업 철회와 강행을 번복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엄중 제재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한유총과 협상을 하고는, 협의 후에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며 발을 빼는 이도저도 아닌 무원칙한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한유총은 교육부 15일 오후 긴급간담회에서 교육부와 합의가 끝난 뒤 자정 무렵 최정혜 이사장 등 명의의 공지문을 회원들에게 보내 휴업 철회 번복 사실을 알렸다. 휴업 철회 불과 7시간 만에 번복한 것이다. 한유총의 휴업 철회 번복은 합의문을 두고 교육부와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긴급간담회에서 ‘정부가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에 노력한다’는 합의 내용을 공동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참석해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합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희석 한유총 수석 부이사장은 “사립유치원하고 공립유치원하고 지원금 차이가 크게 나 사립유치원과 교사·학부모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교육부를 믿고 휴업 철회에 합의했고 합의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담당자인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한유총이 구체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설명했다. 별도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협의체를 구성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16일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교육부와 휴업철회에 합의한 뒤 7시간만에 번복했다. 전날 휴업 철회 발표 후 한유총과 손을 잡았던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이날 긴급브리핑을 갖고 “불법 휴업시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 연합뉴스




교육부가 일단 집단 휴업을 막기 위해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한 한유총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고, 여론 악화에 고심하던 한유총도 이를 계기로 휴업을 철회했으나, 합의내용에 대한 두 기관의 해석이 달라 한유총이 휴업 강행을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의 ‘임시방편’적 합의가 불과 7시간 만에 휴업 철회를 번복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이행할 수 없는 합의를 하기 보다 불법 휴업에 엄중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어야 했다”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설픈 합의를 한 것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불법 휴업을 들고 나온 한유총과 협상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부터가 불법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유총은 예정대로 오는 18일 휴업을 강행한뒤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25~29일 2차 휴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런 휴업 철회 번복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갑자기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느냐”는 하소연이 빗발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치원비 반환을 청구하자며 서류 양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시도교육청 및 관계부처와 협력해 집단 휴업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유아의 돌봄이 필요한 학부모님들을 위해 공립유치원, 초등돌봄교실 등을 통해 ‘유아 임시 돌봄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박 차관은 또 “집단휴업 참여 유치원에 대하여는 원장 등에게 직접 지원하는 재정지원금 환수 및 정원감축,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의 조치를 시도 교육청과 함께 적극 추진하고, 부모님들께서 기 납부한 원비에 대한 환불조치도 이행토록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부의 거듭된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불법 휴업을 강행한 사립유치원 대해서는 운영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 높은 우선적인 감사를 추진하여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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