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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제주 한림항 갈치잡이로 인생 2막 여는 선원들의 일상





16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에서는 ‘인생 2막 도전, 제주 갈치잡이’ 편이 전파를 탄다.

새벽 6시 반, 밤샘 조업을 마친 갈치잡이 배들이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갑판에는 밤새 잡은 갈치가 한가득. 오랜만에 찾아온 만선의 기쁨에 항구는 활기가 넘친다. 올 초부터 제주도 부근에 멸치 등 먹잇감이 늘면서, 제주 앞바다에 갈치 떼가 몰리고 있다. 80년대 후반 본격적인 갈치 조업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풍어 현상이라는데, 덕분에 선원들의 살림살이도 조금 나아졌다. 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되었다. 갈치를 잡으면서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제주 갈치잡이배 선원들의 분주하지만 희망찬 일상을 따라가 본다.

▲ 힘들어도 갈치는 ‘채낚기’로 잡아야지!

산란기를 앞두고 제대로 살 오른 은빛 보물 갈치! 물때가 좋으면 무려 1m 이상의 대물이 걸려오기도 한다는데! 대표적인 야행성 어종인 갈치. 바다에 어둠이 깔리고 집어등이 하나둘 켜지면 드디어 녀석들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가까운 바다를 나가는 갈치배들은 ‘채낚기‘라는 방식으로 갈치를 잡는다. 낚싯바늘에 꽁치를 달아 먼 바다로 힘차게 미끼를 던지는데, 노하우가 없으면 제대로 바늘을 던지지 못해 줄이 꼬이기 일쑤다. 비록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방법이지만 상처 없는 은갈치를 잡아 올릴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 또 선원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세상에 갈치잡이만큼 정직한 노동이 또 있을까?

“바다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좋은 고기도 잡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나만 잘 하면은 모든 사람들이 뭐라고 할 일이 없는데”

- 정삼철 선원 -

▲ 제 2은성호, 강명규 선장! 갈치와 함께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다.

제주 앞바다의 수많은 갈치배 중 하나인 제 2은성호, 강명규 선장을 비롯해서 4명의 선원이 매일 저녁 갈치를 잡으로 바다로 나간다. 배에는 최고의 낚시 솜씨를 자랑하는 갑판장와, 부엌을 담당하는 도모장, 노익장을 과시하는 76세 어르신,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온 젊은 청년, 그리고 선장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선원들을 동생처럼 보살피고, 형님처럼 모시는 강명규씨가 있다. 삼천포에서 태어난 그는 철공소를 하다가 접고 갈치배를 타기 시작했다. 제주 앞바다가 제 2의 인생을 열어준 샘인데, 바다 사업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 작년까지만 해도 조황이 좋지 않았고, 사업마저 실패해 나쁜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엄청난 갈치 대풍이 생기면서 재기를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24시간 배와 갈치만 생각하다 보니 정작 자신이 돌보아야할 ‘가정’이라는 배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없이 커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내에 대한 애뜻함에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마는데, 이 시대 책임감 있는 선장이 살아가는 법, 갈치잡이 배 선장 강명규씨의 삶을 통해 살펴본다.



“(갈치는) 희노애락이죠. 좋을 때는 좋고 안 날 때는 마음 아프고 이렇게 많이 나주면 참 좋고 내 삶에 뭐라고 할까 보람이라고 할까? 오늘 같은 경우에는 보람도 되고 (갈치가) 나의 희망이고 그렇습니다”

- 강명규 선장 -

▲ 21세기 新 노인과 바다. 76세 선원이 들려주는 갈치와 인생

올해 76세 장홍지씨, 갈치배 선원중에서는 최고령이다. 이제 은퇴하고 집에서 쉴만도 한데 선원 중에서 가장 부지런하다. 궂은일에는 솔선 수범을 보인다. 배를 탄 경험은 오래되었지만 기력도 딸리고, 갈치잡이는 익숙치 않아 늘 수확량은 다른 선원에 미치지 못한다. 선장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명규선장은 그런 장홍지씨를 마치 아버님처럼 극진하게 챙겨준다. 덕분에 남들만큼은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정홍지씨가 매일 배에 타는 이유가 있다. 어린시절 가족과 헤어저 외로움에 산 세월이 가슴에 사무친 그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하다. 그래서 자식을 위해 여전히 돈을 벌고 싶다. 또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늦었지만 남편노릇도 제대로 하고 싶다. 제 2은성호가 올해 최고 어확량을 올린 그날, 장홍지씨도 76년만에 가장 많은 갈치를 낚아 올렸다. 그러나 고통 역시 노동의 무게와 비례한다. 최고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말조차 나오지 않는 고된 인생길, 그러나 그 안에 은빛 희망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지, 즐거움이 있다 아니요”

- 장홍지 선원 -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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