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비확장 기조에 맞춰 미국의 방위산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정부의 방위사업 발주가 늘어날 것을 예상한 방산업체들이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최대 군함 제작사인 노스럽그러먼이 오비탈ATK 인수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스럽그러먼은 오비탈을 75억달러(약 8조4,563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탈의 현 시장가치(63억달러)에 12억달러를 얹어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다. 노스럽그러먼의 기업가치는 450억달러 규모다.
오비탈은 우주선 모터와 미사일 공격·방어 시스템 부품, 군용·상업용 인공위성 제작업체로 지난 2015년 얼라이언트테크시스템과 오비탈사이언스 간 합병으로 탄생했다. 군함과 전투기 제작에 주력했던 노스럽그러먼이 오비탈을 인수하면 미사일, 우주 시스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최근 방산업계에서는 굵직한 M&A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초 미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그룹은 항공전자 시스템 및 객실설비 제조업체 록웰콜린스를 2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370억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항공 M&A로 화제가 됐다. 록웰콜린스는 지난해 10월 객실 내장재 제조회사인 BE에어로스페이스를 86억달러에 인수한 기업이다.
이처럼 미 방산업체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것은 트럼프 정부의 국방력 강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현대화 등을 핵심과제로 추진하자 사업기회가 늘어난 방산업체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과 국가부채한도 단기 상향에 합의하면서 국방예산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군비확장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WSJ는 “중동·동유럽·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방위예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방산업계의 M&A가 활발해진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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