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자산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융위기 이후 9년간 고수했던 양적 완화에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보다는 속도가 늦지만 경제 회복세를 근거로 양적완화에서 벗어나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0월 26일 통화 정책 회의에서 구체적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JP모건은 전망했다. ECB는 2015년부터 양적 완화로 국채 사들이기에 나서면서 현재 자산이 연준보다도 많은 4조9,000억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다. 지난 15일 사빈 로텐슐레거 ECB 집행이사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성장세가 나타났고 이는 물가 상승률을 목표에 부합하게 할 것”이라며 “내년 초 자산 매입을 축소할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ECB는 자산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월간 순자산 매입액을 현행 600억 유로에서 내년 1월부터 400억∼450억 유로로 축소하며 테이퍼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테이퍼링 여부를 놓고 아리송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BOJ에 쌓인 자산이 4조5,300억 달러에 달하는 탓에 공식적인 테이퍼링 신호는 내놓지 않은 채 은근슬쩍 자산 매입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스텔스 테이퍼링’이다. 일본 국제통화연구소(IIMA)의 히로시 와타나베 대표는 “일본 경제는 부양책을 축소해도 될 정도로 충분히 회복됐다”면서 “BOJ는 이미 채권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테이퍼링보다 직접적인 긴축 방식인 금리 인상 카드로 맞서고 있는 국가도 다수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다음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 14일 열린 통화 정책 회의에서 “수개월 내 일부 금리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깜짝 발표해 시장을 흔들었다. BOE는 당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25%로 동결하긴 했으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를 의식한 듯 예고에 없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캐나다는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오른 1.0%로 발표했다. 이는 7년간 동결했던 금리를 지난 7월 처음 인상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재차 올린 것이다.
이들 중앙은행이 이처럼 긴축 정책의 쌍두마차인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중에서도 후자를 집중적으로 채찍질하려는 것은 보유자산 규모가 지나치게 불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을 포함해 일본, 스웨덴, 스위스 등 6개국 중앙은행은 자국 국채 중 무려 2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국의 국채 총액 46조 달러 가운데 15조 달러를 중앙은행에 쌓아둔 셈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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