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합의가 국제정치의 ‘풋내기 불량배’(rogue newcomer)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량 국가’ 언급을 되받아치면서 그가 ‘초짜 정치인’임을 조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23분간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불량한 풋내기로 지칭하며 “무지하고 부조리하며 증오스러운 행동”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럼프의 무지한 헤이트 스피치(공개적 혐오 발언)는 21세기 유엔이 아니라 중세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었다.
외신들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외교 월드컵’ 무대인 유엔 총회가 올해는 도를 넘는 ‘막말 경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임 후 첫 유엔 일정을 소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등을 ‘불량 정권’(rogue regime), ‘불량 국가’(rogue state)라 지목하는 등 이례적인 초강경 발언들을 쏟아낸 것을 계기로 막말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자신의 첫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을 향해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타결된 핵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장한 부패한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막말 대결은 ‘장외’에서도 불붙고 있다. 올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번영했던 나라를 파괴한 부패 정권”이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국제정치의 새로운 히틀러인 도널드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공격”이라며 그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22일 유엔 기조연설에 나서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날 유엔본부가 위치한 뉴욕의 한 호텔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개짖는 소리”라 지칭하며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고 응수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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