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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4/7] "男동료에 짐된다고요?...'수사·추리'서 활약하는 여경 많죠"

■"나는 여자·경찰입니다"...여경들 속내 들어보니

다른 공무원시험과 과목 비슷해

남자들 체력 등 크게 신경 안써

여성만이 가진 공감능력 살려

피해자와 소통해 수사에 일조

할수 있는 일 찾아서 하면 되는데

일부 여경들 소극적 태도는 아쉬워

미혼 여경 승진 속도 빠를때보면

일·육아 병행 힘든 결혼 후회도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에서 논란이 된 장면들과 실제 여경들의 해명.




“여경이요? 치안 조무사죠. 아님 얼굴마담이거나.”

한 인터넷 게시글에 달린 ‘베스트 댓글’ 내용이다. 한국의 여경이 외국의 여경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진다고 쓴 이 댓글은 300여명의 추천과 호응을 받았다. 여경은 종종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에 ‘여경’을 검색하면 ‘19’ ‘성추행’ 같은 단어들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경찰 관련 웹툰 ‘뷰티풀 군바리’도 같은 맥락이다. 이 웹툰에 등장하는 여경들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제복을 입고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여경이 당하는 성추행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경찰관’보다 ‘여경’으로 불릴 일이 더 많았던 여성 경찰. 3·5·10년차 이상의 여경 4명과 만나 그들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들어봤다.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과 직위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남자 경찰에 비해 부족한 체력을 두고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A : 체력이 약해 인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동료 경찰들의 불만이 좀 있죠. 한 남자 동료 경찰은 “나 혼자서 얘(여성 경찰)도 보호해야 하고, 쟤(주취자)도 막아야 하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여경이 할 수 있다고 나서도 남경은 심적인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에요.

B :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경찰시험에서 여경들 무릎 굽히고 팔굽혀펴기 하는 영상이에요. 엄청 놀림거리가 됐죠. 윗몸일으키기·달리기 등 전부 남자들과 똑같이 하는 대신 합격 기준만 소폭 낮춰요. 유독 팔굽혀펴기만 다리 굽히고 50개를 하도록 하죠. 똑같이 경쟁하고도 “너는 무릎 꿇고 시험 합격했다”는 말을 들어요. 시험 방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D : 요즘 체력은 여경만이 아니라 남경도 문제예요. 경찰시험 제도 탓이 커요. 시험과목이 국어·영어·사회 위주다 보니 체력이나 호신술 능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죠. 과목이 일반공무원시험과 비슷해 시험 삼아 한번 응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찰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적극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실제 현장 근무에서는 어떤가요.

B : 저는 남자 동료가 의자 10개를 옮길 때 5개가 최대예요. “언제 다 할래”라고 놀리면 “빨리 두 번 다녀 오겠습니다”라고 해요. 적극성 문제예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할 사람을 뽑느냐의 문젠데 열정적인 사람을 안 뽑고 있으니까 문제죠.

C : 솔직히 일부 여경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문제예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면 되는데 아예 아무것도 안 하려는 여경들도 있거든요. 출동 안 하고 책만 본다든지, 주취자 옆에 안 가고 숨는다든지.

-여성이라 남자 경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겠죠.



A : 여성만의 ‘여성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여성 시위자나 주취자를 신체 접촉 시비 없이 진정시키는 일, 여성 피의자의 몸을 수색하거나 마약 관련 소변검사를 하는 일 등이죠. 추리나 수사처럼 신체능력보다 지적능력이 필요한 일에도 여경이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요. 파출소나 체포처럼 완력으로 하는 일만 경찰 업무는 아니에요.

C : 여경은 민원인과 관계 쌓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요. 제 근무지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해하는 사건이 많았는데 이분들은 종종 남자 경찰들은 안 만나려고 하거든요. 여경들에게는 마음을 곧잘 열죠. 저를 만나자마자 막 안고 언니라고 부르기도 해요. 어린이·장애인 등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도 여경들이 많이 활약하는데 상대적으로 티가 안 나요. 피해자로부터 범죄 피해 사실을 얼마나 소상하게 잘 이끌어내느냐가 전체 수사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사에서 피해자와의 공감 능력은 정말 중요합니다.

-경찰의 90%가 남성입니다.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은.

D : 막상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승진에서 밀릴 때 속상했죠. 승진에 유리한 부서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요. 같은 여경 중에서도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은 미혼 여경들의 승진 속도가 훨씬 빨라요.

C : 경찰 내에서 종종 있는 일인데 남자 동료들이 “우리 누구도 00처럼 애교가 많으면 경찰서가 화사해질 텐데”라든가, 여름 제복으로 바꿔 입으면 “몸매가 여전히 좋네” 같은 말을 할 때가 있어요.

D: 아무래도 민원인들이나 주취자들은 여경에게 시비를 더 많이 걸죠. 욕설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경의 일과 사랑. 궁금합니다.

B : 아무래도 자주 보는 동료 경찰들끼리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밤샘근무나 잠복근무 등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요.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죠. 가끔 소개팅을 하기도 하는데 인기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여경들 중에는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면 때문에 괜히 남자가 주눅 들어 지레 포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D : 사랑은 그렇지만 가정을 꾸려나가기는 만만치 않아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밤늦게까지 당직할 때도 많다 보니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계속 일을 하기 어렵죠. 승진이 잘 되는 부서에 자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망설여지죠. 여경의 육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가 꼭 도입되면 좋겠어요.

A : 미혼인 여경들은 높은 계급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동료나 선배들을 보면 ‘차라리 결혼하지 말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죠. 여자라고 해서 노골적으로 승진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육아와 아이들 교육을 챙기면서 일에서도 성과를 내기는 참 힘들어요.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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