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버텨낼 거야. 내 노래가 너에게 닿을 때까지.”
요즘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는 매일 밤 ‘2030’ 여섯 청춘들의 사연을 담은 뮤지컬 ‘오디션(연출 박용전)’이 무대를 장식한다. ‘오디션’은 지난 2007년 초연 이후 10년째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 기자가 찾아간 공연 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관객들은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하지만 무대 뒤 분장실 풍경은 땀과 눈물, 그 자체였다. 출연 배우들은 조그만 대기실에서 메이크업부터 소품·의상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흡사 전쟁터처럼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준철’ 역을 맡은 배우 유찬웅(36)씨는 “분장을 혼자서 12년 정도 하다 보니 여자 배우들보다 메이크업을 더 잘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오디션’은 다른 작품보다 배우들이 직접 챙겨야 할 게 더 많다고 했다. 출연 배우들이 공연 내내 직접 베이스 기타부터 전자 기타, 드럼, 피아노 등의 악기를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공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병태’ 역을 맡은 배우 강찬(29)씨는 “처음에는 연기에 악기까지 모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걱정이 많았다”며 “지금은 누군가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 정도는 되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배우들은 무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의상과 메이크업을 고치느라 이마에 땀이 맺히도록 뛰어다닌다.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내내 배우들에게는 잠시 의자에 앉아 있을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강씨는 “평일 1회 공연은 적응이 돼 괜찮은데 주말에 2회 연속 공연을 하게 되면 아직 힘든 것 같다”고 말하며 연신 메이크업을 고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공연 전부터 시작된 긴장이 풀리고 노래와 악기 연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선아’ 역의 허윤혜(26)씨는 자신들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설명했다.
“공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제가 울 때 관객들도 함께 울어주면 모두가 같이 위로 받는 느낌이랄까.”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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