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여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통과를 위해 국민의당과 물밑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당제의 안착을 위해 선거구제 개편을 주창해온 국민의당에 청와대와 여당이 호응하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국회 내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의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전화통화를 하고 선거구제 개편 등도 함께 논의했다. 또 전병헌 정무수석과 한병도 정무비서관도 지난 18일 강창일·이상민·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정동영·주승용·박주현 국민의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국민의당도 김 후보자 인준 표결에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에 대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전날 김 후보자 인준안 통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약속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 후보자 인준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약속하면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회 차원의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정동영 의원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계가 함께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민정연대기구 출범을 제안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도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당지지율에 상관없이 지역구 승자가 많으면 독식이 가능한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꾸진 않고서는 거대 양당 사이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한국당은 비례대표제가 비리정치와 계파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헌의 경우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한국당이 끝내 반대하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운 만큼 국회 내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