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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고이즈미·아베 정치생명 불로초 '北 리스크'] 지지율 반전 마법구슬 '북풍'

아베, 사학스캔들로 지지율 30%대 추락했지만

北 미사일 도발 공포감 활용 50%로 끌어올려

조기총선·개헌 가속…'장기집권 꿈' 눈앞에

과거 고이즈미도 '北 카드'로 국면전환 성공

"北에 물어봐"…日 정치권 위기극복 비책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지난 8월29일 오전6시7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사일이 일본 영공에 도달하기 5분 전에 이미 전국순간경보 시스템인 ‘제이(J) 얼라트’를 발령하고 국민들에게 대피문자를 보냈다. 이례적인 대피령이 일본 국민들을 패닉에 빠뜨린 지 20분 만에 아베 정부의 ‘입’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는 한편 일본 측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북한 미사일 도발과 아베 정권의 대응으로 인한 효과는 두 가지다. 우선 일본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공포감과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감은 시종일관 대북 강경 기조와 일본의 군사력 강화 목소리를 내온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30%대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은 이달 조사에서 50%로 급반등했다. 아베 총리 스스로 ‘축성(築城)에 3년, 낙성(落城)에 하루’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지지율 급락을 토로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사학 스캔들에 도쿄 도의원선거 참패까지 겹치며 장기집권의 꿈이 좌절되는 듯했던 아베 총리의 정치생명이 북한 리스크를 자양분 삼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위기감이 한껏 증폭된 만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오는 10월22일로 예상되는 조기총선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그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며 일본 전후 역사상 최장수 총리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최근의 지지율 반등을 의식한 듯 대북 강공 기조를 이어가며 북한 이슈를 주도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달 초 북한 6차 핵실험을 전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장 먼저 전화통화를 해 미일 간 대북공조를 과시하는가 하면,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도 연설의 대부분을 대북 공세에 할애하며 어느 정상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아베 총리였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16분간 유엔 연설 중 80%가 북한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가 이처럼 유엔에서 북한 문제에 매달린 데는 총선을 앞두고 강경한 대북 외교로 국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지지율 회복의 수단으로 북한 카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과거의 성공사례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북한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성공리에 활용한 뒤 일본 정치권에서는 북한 리스크가 지지율 반등의 ‘비책’으로 주목돼왔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취임 직후인 2001년 6월 85%까지 솟구쳤던 지지율이 몇 달 새 50% 아래로 떨어지자 1970~1980년대에 자행된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을 정치적 의제로 꺼내 들었다. 대북 식량원조 등을 재개하는 대신 납치주민들의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며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일 관계에 화해 무드를 조성한 것이다. 그 결과 2002년 9월17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1차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5명의 생존과 8명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받아내며 지지율은 단숨에 60%대를 회복했다. 2년 뒤인 2004년에는 제2차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연금 스캔들로 45%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55%로 끌어올리고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북일 정상회담은 고이즈미의 기사회생을 도왔을 뿐 아니라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아베 총리를 스타 정치인으로 띄운 결정적 계기도 됐다. 해빙 무드에 초점을 맞춘 고이즈미와 달리 아베는 당시에도 강경한 대북제재를 외치며 북한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분노를 기반으로 인기를 키웠다. 2002년 제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아베 총리가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 북한의 사과를 받기 전에는 공동선언에 서명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등한 것이다. 이후 차기 보수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한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퇴임과 함께 2006년 총리직에 취임했다. 2차 집권 5년째를 맞아 최악의 위기를 겪은 이번에도 북한 이슈는 아베 보수정권에 수명연장의 ‘불로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7월 36%까지 추락했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때마침 터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이후 거짓말처럼 50%까지 뛰어올랐다. 지지율 반등으로 기세를 잡은 아베 총리는 오는 2021년까지의 장기집권을 노리고 28일 의회를 해산한 뒤 다음달 22일께 조기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그의 숙원인 헌법 개정 추진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조기총선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정안을 선거 공약에 담을 방침이다. 북한 도발을 여론몰이에 활용해 아베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야욕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내각의 위기관리 실적 등을 부각함으로써 야당과는 정권을 담당할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아베 총리가 강조할 것”이라며 “긴박한 정세로 국민들의 위기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적 요건이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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