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데이트 즐기기 딱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한해 동안 뿌려놓은 곡식들을 수확하는 철로 각종 햇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해 일명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반면 ‘가을 탄다’라는 말이 있듯이 금세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우울함에 휩싸이기도 한다.
‘출근할 때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들뜨다가도 퇴근할 때면 쌀쌀한 기운에 세상 모든 외로움이 몰려오는 사람, 아무리 잠을 푹 자도 피곤이 풀리기는 커녕 자꾸만 컨디션이 떨어지는 사람,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만큼 수시로 무기력해지는 사람’ 등 흩날리는 갈대마냥 심신이 흔들리는 독자들을 위해 노르웨이산 생연어 맛집으로 유명한 후암동 ‘후암연어식당’을 준비했다.
One go! 일단 씹고!
앞서 말했듯이 가을이 되면 갑작스러운 일조량의 변화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세로토닌이 줄고, 수면 주기와 생체리듬 조절 기능을 하는 멜라토닌의 균형이 깨져 ‘가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명약’으로 전문가들은 제철 생선인 ‘연어’를 강추한다. 사실 연어는 예전부터 서양인들에게 각광받는 음식이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연어를 최고의 미식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국내서 연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건 십년이 채 되지 않았다. 실제로 식재료의 존재감보다 강산에씨가 1998년에 발매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연어가 국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유일한 생선으로 연어를 선정한 뒤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지금은 국내 마트 진열장에서 참치 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 그렇다면 연어의 매력이 뭐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우선 연어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소 중 가장 핵심 성분은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불포화지방산)이다.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예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단백질 흡수를 돕는 비타민 B2 · B6, 피부 미용, 부종 등에 탁월하다는 비타민 E까지 듬뿍 들어 있어 여성들에게도 사랑받는 음식이다. 즉 남녀노소 모두에게 탁월한 팔방미인 재료인 셈이다. 특히나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도 좋아 미국심장학회는 매주 2회 정도 연어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혹시 다가오는 추석 명절 선물로 무엇을 살지 아직 고민 중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연어캔 선물세트 혹은 오메가-3 영양제를 준비해보자.
Two go! 화끈하게 빨고
Three go! ‘연어’와 ‘런던포그’ 그리고 ‘우정’을 나누고!
‘이거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남성들에게 정력의 열매라 불리는 복분자가 있다면 여성들에게는 뷰티 생선이라 불리는 연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편에서 누누이 말했지만 음식 호불호가 비교적 강한 편인 기자는 생선회 역시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멀리하는 편이다. 물론 연어만은 굳이 찾아서 먹을 정도로 무척 애정한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칠색팔색했지만 말이다.
사실 연어에 입문하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1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생활하던 시절 운이 좋게도 캐나다판 별다방이라 불릴 정도로(현지의 캐네디언들은 별다방보다 이 곳을 선호한다) 국민 카페인 세컨컵(Second Cup)에서 매니저 겸 바리스타로 약 8개월간 일을 했었다. 매장이 토론토 웨스턴 종합병원 내에 위치한 터라 고객 대부분이 의사나 환자였고 주문할 때면 늘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 까다로움이 어느정도냐 하면 우유의 종류만 해도 무지방, 유지방 2%, 5%, 20%, 50%, 100%, 아몬드 우유, 두유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디저트마다 무설탕, 베지테리언용, 글루텐프리 제품이 각각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주문할 때면 한 손엔 네임펜, 다른 손엔 항상 컵을 들고 ‘두 줄’ 이상의 옵션을 빼곡히 메모해야 했다. 당시 캐나다 정착한 지 불과 2주차 외국인 노동자 신분에다가 영어도 서툴렀기 때문에 스피킹이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단골 고객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이유인즉슨 세컨컵의 전매특허 음료인 ‘런던포그(London Fog)*’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기자의 손맛(?)에 반한 단골 중 항상 런던 포그에 초코 파우더를 올려 주문하던 할아버지 고객이 있었다. 낚시를 좋아했던 그 할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온타리오호에서 연어를 잡아와 지퍼백에 포장해 팁 대신 선물로 주곤 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연어를 멀리했던 터라 계속 냉동고에 쌓아두기만 했었다. 늘어나는 연어 더미들로 냉동고가 꽉 차 문이 안 닫힐 무렵 토론토를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출국 마지막 날 밤 정든 지인들과 우리집에 모여 파티를 하게 됐고 요리를 깨나 한다는 친구 몇 명이 모여 파티 음식 준비에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냉동고에 방치돼 있던 연어를 발견해 스프부터 샐러드, 스테이크, 카르파쵸까지 연어 코스를 뚝딱뚝딱 만들었다.
지금도 연어를 떠올리면 ‘파블로프의 개’인냥 런던포그 그리고 단골 할아버지의 향기가 기억난다. 곧 뒤늦은 여름휴가로 밴쿠버를 갈 예정인데 런던포그의 본고장인 밴쿠버에서 런던포그를 맛보며 연어 할아버지를 다시 한 번 추억해야겠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런던포그(London Fog): 직역하면 ‘안개낀 날의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에 먹으면 딱 좋은 캐나다의 명물 음료다. 캐나다 밴쿠버의 한 작은 카페에서 발명됐으며 캐나다 프랜차이즈 카페 ‘세컨컵’에서 레시피 특허를 따내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별다방의 바닐라 티라떼, 얼그레이 라떼 등과 비슷한 맛이다. 한국에 막걸리에 파전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런던포그에 머핀이라 불릴 정도로 특산물이니 캐나다에 방문하면 세컨컵에서 런던포그를 꼭 먹어보시길.
**위치: 1·4호선 서울역 11번출구로 나와 큰길로 쭉 올라오거나(도보 약 10분) 서울역 11번출구에서 400번이나 605번을 타고 ‘후암 삼거리(한 정거장 하차)’에서 내려 후암시장 방면으로 걸어 내려오면 된다.
**가격: 세트메뉴(2인기준) 31,000원, 단품 메뉴 2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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