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최경주는 한국 남자 프로골프의 간판 선수다. 한국 선수로는 미국 프로골프(PGA)에 처음 출전한 선수이자 통산 8승으로 아시아 최다승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지난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후 6년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남자 골프 선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최경주다. 21일 그가 출전한 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300명이 넘는 갤러리가 따라붙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PGA 새 시즌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는 최경주가 25일 경기 일산에 있는 국내 제화 업체 바이네르 본사를 찾았다. 미국 출국 하루 전날 직접 바이네르를 방문한 것은 그가 앞으로 3년간 PGA 투어에서 신고 뛸 골프화의 후원 계약을 맺기 위해서다.
최 프로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스포츠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연매출 500억원대의 한국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후원 계약 체결식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전 회사와 후원 계약이 끝난 후 새로운 계약은 한국 기업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상황이었다”며 “지인의 소개로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를 알게 됐고 사회공헌활동 등 기업의 경영철학이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국내 컴포트슈즈(기능성구두) 1위 업체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충남 당진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의 작은 구둣방에서 일하며 구두 기술자의 길을 걸었다. 견습공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성실성을 인정받은 그는 참스제화·케리부룩 등 당시 유명한 제화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경험들을 밑천으로 삼아 1994년 안토니오제화를 창업했다. 편안한 구두가 좋은 구두라는 신념을 갖고 굽이 낮고 넓으며 밑창이 푹신한 컴포트화를 만들면서 사업 기반을 잡았다. 2011년에는 컴포트화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바이네르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2015년 사명을 ‘바이네르’로 바꾸고 지난해에는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최 프로는 “나는 완도에서 태어난 ‘촌놈’이지만 골프채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밤낮으로 연습해 이 자리에 올랐다”며 “영등포의 작은 구둣방에서 시작해 오늘날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성공한 기업가로 성장한 김 대표의 이력을 보면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에만 집착하지 않고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는 김 대표의 마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과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뛰어넘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같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 프로가 칭찬을 아끼지 않은 김 대표는 현재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매년 5억원 이상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회에 내놓는다. 바이네르는 이번 후원 계약에서 골프 장학 꿈나무 육성에 힘써달라며 최경주재단에 연간 골프화 및 구두 50족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번 후원 계약이 서로의 뜻이 맞아 진행된 것이라지만 가장 기본은 골프화의 성능이다. 최 프로가 바이네르를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기술력이 있다.
최 프로는 “골프는 한 경기를 치르면 9~10㎞ 이상 걷는 것이 기본이고 스윙 시 발가락이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골프화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처음 제안을 받은 후 5월 직접 골프화를 신어보고 경기에 나서보니 디자인도 예쁘고 발도 편안해 큰 고민 없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PGA 투어부터 바이네르의 신발을 신고 좋은 성적을 거둬 해외에 국내 업체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예감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일산=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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