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최승호 전 MBC PD 등 주요 공영방송 프로듀서(PD)에 대한 ‘전출 계획’을 만들어 실행하고 이를 ‘핵심 성과 사항’이라 상부(VIP)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PD는 26일 MB 정부 당시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해 6시간 가량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국정원서 보내온 문건을 토대로 조사가 이뤄졌다”며 “그 중 국정원 국익정보국 소관의 2012년 1월 15일 문서에 ‘PD수첩 최승호 PD 전출’에 관한 계획, 이를 실행한 후 ‘부서 핵심 성과 사항’ ‘VIP보고’라 기록된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계획했고, 그것을 이뤄낸 성과를 보고했다는 것이 문서로 입증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PD는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MBC에서 해직됐다. 해직 이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PD와 앵커로 활동 중이다.
최 PD는 “해고 조치 자체도 사실 말이 잘 되지 않는데 오늘 조사에서 직접 본 문건에는 해고 관련 사안은 없었다”며 “국정원에서 보내온 문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 더 많은 문서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회피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국가 안보 사항이 아닌 국민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과거를 벗고 다시 개혁하기 위해 국정원이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찾아 이관해줬음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 PD에 이어 이날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 이우환 MBC PD도 검찰에 나와 인사 불이익 등 피해 상황을 진술했다. 2000년부터 PD수첩 작가로 활동한 정 작가는 2011년 동료 PD수첩 작가 5명과 함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PD는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두고 경영진과 마찰을 빚다가 2014년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받아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았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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