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지난 6월 풀려나 코마 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검시한 결과 고문을 당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 의료진은 사인을 뇌로 공급되는 산소와 혈액 부족으로 봤다.
미 NBC 방송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州) 해밀턴 카운티 검시관인 락슈미 사마르코가 제출한 검시보고서를 인용해 웜비어 검시 결과를 보도했다. 사마르코는 “최종적인 사인은 뇌 산소 부족이지만 무엇 때문에 그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검시만으로는 사인을 분명히 밝힐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릎, 발목, 팔, 발에서는 상처가 발견됐지만 의료진은 웜비어가 억류 기간에 골절 관련 치료를 받았거나 완치됐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웜비어가 억류됐을 당시 골절상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사마르코는 “고문의 증거를 찾기 위해 샅샅이 살폈으나 확정적인 어떤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웜비어 부모는 아들 아랫니 배열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검시관은 법의학 치과의사까지 동원해 치아를 살펴봤지만 외상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웜비어 부모가 부검에 반대해 의료진은 신체검사와 머리부터 허리까지 CT 촬영을 하는 식으로 검시했다. 의료진은 “웜비어가 1년 이상 침대에 누워지낸 것에 비해 피부와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며 양호한 영양 상태였다고 밝혔다.
웜비어는 대학 3학년이던 지난해 1월 북한 관광 중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7개월간 억류됐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 증세를 보여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에 빠졌다”며 “고문이나 가해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웜비어를 입원 치료한 신시내티 의대 측은 “보툴리누스균 감염 증거는 없으며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다”고 반박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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