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2년 베테랑 119안전센터장이 LPG가 실린 탱크로리 사고 현장에서 폭발징후를 알아채고 소방대원과 주변에 있던 사람을 모두 대피시켜 큰 인명피해를 막았다.
27일 오전 11시 20분께 전남 완도군 고금면 가교리 고인돌 공원 왕복 2차로 도로에서 덤프트럭과 탱크로리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돌사고로 16t 탱크로리에서 불길이 솟구친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들어왔다.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 김평종(53·소방경) 해남소방서 고금 119안전센터장은 사고 지점에서 1㎞ 떨어진 곳에서도 검은 연기를 발견하고 심각한 화재임을 감지했다. 상황실을 통해 인근 다른 소방서에 지원을 요청한 후 현장에 도착해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탱크로리 차량은 25t 덤프트럭과 스쳐 지나다 LPG 탱크 부분을 부딪쳐 튕겨 나간 상태였다. 덤프트럭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섰으나 탱크로리는 사고 충격으로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를 벗어나 언덕에 걸치듯 멈춰 있었다. LPG 가스가 실린 차량 탱크에서는 균열이 생겨 높이 3m, 폭 5~7m나 되는 불길이 치솟았다. 소방대원들은 의용소방대원과 탱크로리 차량에 접근해 불기둥을 잡으려 했다. 진화 작업이 20여분 이뤄졌지만 불기둥이 잦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하게 타올라 폭 10∼20ｍ까지 거센 불길을 내뱉었다.
김 센터장은 불길을 잡던 도중 로켓을 발사할 때 나는 소리와 같은 ‘슈웅’ 하는 굉음을 들었다. 거세진 불기둥과 가스 굉음은 폭발 직전 보이는 징후였다. 김 센터장은 지체 없이 소방대원, 경찰, 한전직원, 일반 시민 등 40명과 소방차량 등 장비를 200m 밖으로 물러서게 했다. 5분 후 거센 불기둥을 내뿜던 탱크로리는 주변을 울리는 굉음을 내고 폭발했다. 폭발징후를 감지하지 못하고 계속 진화 작업을 했더라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폭발 여파로 탱크로리 차량은 뼈대만 남았다. 차량 부품은 수류탄 터지듯 산산이 조각나 사람들이 물러난 바로 앞까지 날아왔다. 언덕에 걸쳐 있던 탱크로리는 폭발 충격으로 떠올라 도로 위로 다시 떨어졌다. 운전석 등 차량 앞쪽은 언덕을 굴러 주변 밭으로 떨어져 불에 탔다.
김 센터장은 소방대원과 폭발이 일어나고 5분여 만에 불길을 진화했다. 사고 차량을 몬 두 운전자는 비교적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김 센터장 활약 덕에 폭발로 생긴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22년 경력을 자랑하는 김 센터장은 과거 여수소방서 화학구조대에서 근무할 때 쌓은 경험으로 탱크로리 사고 특성을 익히고 있어 폭발 징후를 미리 감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센터장은 “폭발 징후를 미리 감지해 대비했기에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며 “저뿐만 아니라 소방대원과 유관기관 관계자가 신속히 대처해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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