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필리핀에서 마약을 단속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28일(현지시간)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SWS가 지난 6월 23∼26일 전국 18세 이상 1,200명(표본오차 ±3%)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경찰이 마약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사살된 많은 사람이 실제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20%는 동의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답변을 보류했다. 또 응답자의 49%는 경찰에 의해 사살된 많은 사람이 마약상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작년 6월 말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7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에 사살된 마약용의자를 포함하면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묻지마식’ 사살에 대한 국내외 인권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경찰은 법 집행 과정에서 저항하는 마약용의자를 사살하는 행위는 정당방위라는 입장이다. 최근 비무장 10대 소년이 마약 단속 경찰관에게 사살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근 필리핀 정부는 유엔특별보고관의 마약 유혈소탕전 조사를 허용하라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권고에 대해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은 없다며 거부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이번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답변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도 질문을 담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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