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해 “평화를 위해서는 이기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무-2C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하는 등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이며 대북 억제력을 과시했다.
28일 문 대통령은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69회 국군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발에 대한 제재·군사적 대응태세 강화와 동시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대북정책 원칙으로 제시해온 문 대통령이지만 국군의 날 행사인 만큼 군 대응태세를 특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절대 의무”라면서도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으로 맞설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을 압도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한다”며 “전작권 조기 환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모아놓고 국방개혁을 강조하며 쓴소리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은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지금까지의 노력과 발전 수준을 과감히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그 많은 국방예산으로 뭘 했나”라고 질책한 후 또 쇄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방위사업 비리는 범죄를 넘어 국가 안보의 적”이라며 “국방획득체계 전 과정에서 비리가 완전히 차단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군은 전략무기를 사열하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처음 공개된 현무-2C는 사거리가 800㎞에 달하며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전력이다. 이 밖에도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체계)’의 핵심인 현무-3 순항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 패트리엇(PAC-2) 요격미사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타우러스·슬램-ER 공대지미사일 등을 전시했다.
국군의 날 행사가 해군 기지에서 열린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장소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계룡대에서 열렸는데 장소가 좁아 육군 위주로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 장소를 바꿔 육군 위주의 군 문화 등에 혁신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함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을 겪은 부대로 대통령의 엄중한 안보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총 3,500여명이 참석했고 6·25 참전용사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희생자 유족도 함께했다. 국군의 날은 6·25전쟁 당시 국군의 38선 돌파를 기념하는 10월1일이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와 겹쳐 앞당겨졌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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