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서구적인 마스크와 완벽한 비율의 몸매로 ‘바비인형’이란 별명을 지닌 배우 한 채영이 ‘긍정퀸’ 면모를 뽐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한 채영은 “고민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은 성격이라, 되게 긍정적인 사람이다”고 자평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주변에 ‘나 우울해’ 라고 말하면 ‘거짓말 하지 마’라는 피드백이 온다. 우울한 기분이 와도 이틀이 안 가서 그런 듯 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다 큰 불만이 없는 편이다. 즐거운 일이 많잖아요.”
긍정바이러스 한 채영의 진면목은 영화 ‘이웃집 스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철없는 엄마이자 허당끼 넘치는 톱스타 ‘혜미’로 열연했다.
21일 개봉한 ‘이웃집 스타’(제작. ㈜컬처 캡 코리아, 감독 김성욱)은 스캔들 메이커 톱스타 ‘혜미’(한채영)와 ‘우리 오빠’와의 열애로 그녀의 전담 악플러가 된 여중생 ‘소은’(진지희)의 한 집인 듯 한 집 아닌 이웃살이 비밀을 그린 코믹 모녀 스캔들.
달콤살벌한 모녀 케미스트리가 영화에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특히 모녀관계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선 안되는 이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보여주는 고군분투 활약상은 영화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둘의 사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는 마트 추격씬을 비롯, 화장실 에피소드, 중학생 ‘소은’만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처 방법들은 웃음 포텐을 제대로 터뜨린다.
사실 한채영은 그동안 커리어우먼이나 도도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번에 연기변신을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유쾌하고 허당기 있는 캐릭터 혜미가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어 “재밌고,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웃집 스타’가 딱 그러했다”고 설명했다.
“연기할 때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제가 배우 일을 처음 시작할 땐 ‘쾌걸 춘향’ 등 유쾌한 캐릭터도 많이 맡았는데 오랫동안 도도한 캐릭터를 맡게 되면서 이미지가 굳어졌다. 실제 성격이 엄청 밝다. 혜미 캐릭터를 봤을 때 ‘한 채영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연기하면서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진지희에 대해선 “나이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배우이다”고 칭했다.
“지희가 저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저보다 성숙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목소리가 저음인데나 저랑 갭이 안 느껴질 정도로 성숙해요. 마치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지희가 경력이 오래되다보니까 일적으로 이야기 해도 잘 통하는 게 느껴졌어요. 지희가 귀여울 때도 많았죠. 고등학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가지는 순수함을 느낄 때도 많았어요. ‘지희야. ‘네가 부럽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게 기억나요.”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가을동화’(2000)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해적, 디스코 왕 되다’(2002), ‘와일드 카드’(2003), ‘쾌걸 춘향’(2005) 등 영화에 출연했다. 어느덧 17년차 배우이다. 초긍정 마인드로 그는 배우들이 한번쯤 겪게되는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한발 한발 천천히 걸어가는 배우가 되었다. 지난 2007년 결혼한 그는 2013년 아들을 출산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결혼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마음도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밝힌 한 채영. 제일 컸던 건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 덕분.
“원래 ‘언니들의 슬램덩크 2’ 합류 전에 영화 ‘이웃집 스타’를 촬영했다. 이 작품으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유쾌하고 쾌활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대중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예능을 하면서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동안 안 해봤던 것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춤도 잘 못 춰서 민망해 했던 분이 컸는데, 막상 춤을 시작하면서 그런 선입견을 많이 깼던 거 같아요. 방송 끝나고 나서도 ‘맞지’ 춤을 췄다니까요. 예능 나가서도 추고, ‘언니네 라디오’ 나가서도, 노래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따라서 치게 되더라구요.”
실제 한 채영은 ‘친구 같은 엄마’이자, ‘아이에게 초이스를 주고 싶은 엄마’라고 한다. 물론 아직 아들은 엄마가 배우라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엄마가 TV에 나오는 사람이란 건 아는데, 정확히 배우라는 건 모르는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여준 적은 없다. TV를 많이 보지 않는데, ‘언니들의 슬램덩크’ 는 몇 번 보여줬다. 그걸 보고는 엄마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으로 알더라. 귀엽죠. (웃음) ‘맞지?’ 가 엄마 노래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 노래를 해달라고 한다. 그럼 아들에게 네가 더 잘하잖아라고 말한다.”
“아들이랑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엄마라고 해서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지시하고 싶지 않아요. ‘괜찮아. 다음에 하면 되지. 아들’이란 말도 자주 해요. 아직 어리지만 ‘너 생각은 어때?’ 라고 꼭 한번씩 물어보는 편이죠. 아이에게 초이스를 주고 싶은 엄마랄까요.”
한 채영이 결혼 이전과 달라진 점은 ‘정말 잘해야 된다’라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그래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요즘엔 더욱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끼면서 한다는 게 정말 좋아요. 제 아들이 조금 뒤 큰 후에, 처음으로 보여줄 영화는 바로 ‘이웃집 스타’ 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랑 아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다, 온 가족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재미있으면서 감동도 있으니까요. 그때 되면 ‘우리 엄마가 연기도 잘 하는 사람이네’라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우리 남편은 아직 이 영화를 보진 않았어요. 저에게 늘 칭찬을 해주는 스타일이라 ‘좋다’고 할 것 같은걸요. 저희 집안은 긍정바이러스가 가득하답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