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의 모교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교내에서 설치돼 있던 그의 초상화를 떼어냈다.
2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옥스퍼드대는 지난달 28일 세인트휴즈칼리지 정문에 전시돼 있던 수치 국가자문역의 초상화를 철거해 창고로 옮겼다. 빈 자리에는 일본 국적 예술가인 타카다 요시히로가 기증한 그림이 대신 걸렸다.
옥스퍼드대는 성명을 통해 “이 그림을 전시하는 동안 아웅산 수치의 초상화는 당분간 안전한 장소로 옮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옥스퍼드대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의혹과 수치 국가자문역이 이를 방조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국가자문역은 15살 때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 세인트휴즈칼리지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1968년에는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엔 등에서 일하다가 귀국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고, 이러한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치 자문역에 대한 평가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거주하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의혹이 불거진 이후 급격히 악화했다. 미얀마군이 대(對) 미얀마 항전을 선언한 로힝야족 반군에 대해 대대적 소탕작전으로 응수하고 인종갈등까지 불거지면서 현재까지 5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인근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그러나 수치 자문역은 인종청소 의혹을 부인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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